최근 인공와우 시술과 관련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제1회 인공와우의 날’ 제정을 시도하자 청각장애인들이 선포식 단상을 점거해서 인공와우의날 제정이 무산되었다.
15일 오후 2시 송파구 잠실동 교통회관 대강당에서 치러질 예정이던 장애인 위한 인터넷방송 사랑의소리(공동대표 이은경) 주최,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주관의 ‘제1회 인공와우의 날’ 제정 선포식이 청각장애인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이다. 농아인협회, 공론화 없는 ''인공와우의 날'' 제정 반대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회장 변승일) 회원과 관계자 30여명은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에 단상에 올라가 ‘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인공와우의 날’ 제정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갑작스런 시위에 당황한 주최측은 단상에서 내려올 것과 행사 진행을 방해하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농아인협회 관계자들은 공론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인공와우의 날’ 제정은 있을 수 없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단상 앞에서 20여명이 둘러서 공성이 오가는 가운데 마찰이 있었지만 행사장 안에 들어와 있던 200여명의 참가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혼란스러워 했고 단상 앞 의장에 붙여져 있던 내빈의 이름표는 농아인협회 관계자들에 의해 훼손이 되기도 했다. 행사장 안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었지만 행사장 밖 로비에서는 현악기의 연주와 함께 등록이 계속 이어졌고 보청기 관련 회사들의 홍보부스는 행사 참석자들로 북세통이었다.
심한 언성을 높이며 언쟁을 벌이던 양측은 주최측이 ‘인공와우의 날’ 제정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고 단상 점거를 해산했고 뿐마아니라 양측의 모든 현수막도 내려졌다. 2시 30분경 단상에 오른 사랑의소리 김정식 본부장은 “오늘 행사는 인공와우의 날 제정이 아닌 인공와우 시술을 한 가족과 관계자들이 함께 하는 축하의 자리로 하겠다.”는 안내와 함께 김병찬 아나운서의 사회로 축하 공연 순서가 바로 이어졌다. 이날 행사는 1부 ‘제1회 인공와우의 날’ 제정 선포식과 2부 축하순서를 가질 예정이었다. 농아인협회가 이렇게 강한 반발을 보인 것은 청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수화를 공식언어로 인정하라는 요구가 강하게 일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인공와우의 날 제정을 하는 것에 대한 반발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행사 저지와 관련해 농아인협회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인공와우의 날 제정을 반대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고, 15일 성명서를 통해 최근 인공와우 시술을 받은 아동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무분별한 인공와우 시술 지원의 중단과 청각장애인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뿐만아니라 자기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에 의해 이루어지는 인공와우 시술에서 청각장애 아동의 자기 결정권 보장과 인공와우 시술과 관련한 안전성 등이 검증된 이후 제도를 시행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행사 주최측, 추후 다시 인공와우의 날 제정을 시도하겠다.
15일 인공와우의 날 제정을 시도한 의도는 1월 15일이 보건복지부가 인공와우 시술을 지원한 날이어서 그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을 추진했던 것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부인도 참석을 했으나 청각장애인들의 단상점거로 행사가 제대로 치러지지 않자 일찍 자리를 떴다. 인공와우 시술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12월 23일 한국농아인협회가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주최한 ‘수어 차별 개선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한 바가 있고 이 자리에서 인공와우 시술과 관련한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한국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은 “부모들이 자식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인공와우 시술을 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밝혔고, 인공와우 시술을 시행한 아동의 부모는 “시술 후 거의 정상인처럼 생활을 하고 있다”고 그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나사렛대학교 안영회 겸임교수는 “인공와우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 인공와우 장치를 생산하는 회사의 제품정보를 인용하는데 장치 시술의 위험이나 효과의 한계는 언급을 가능한 한 회피하고 효과만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철용 기자 withnews@withnews.com 이철용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