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생활시설, “인권상황 개선되지 않았다" |
| 2일 국가인권위 ‘양성화된 조건부신고복지시설 실태조사’ 연구용역 발표 |
[위드뉴스] 입력시간 : 2006. 02.02. 21:06 |
정부가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지속적으로 인권침해 등의 사건이 발생하자 지난 2002년 5월 도입한 ‘미신고복지시설 종합관리대책’에 의해 미신고시설에서 신고시설로 전환하였거나 전환할 예정인 시설의 ‘생활인’ 인권실태조사 결과 여전히 인권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2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와 ‘사회복지시설 생활인 인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아래 시설인권연대)’는 공동으로 국가인권위원회 10층 배움터에서 ‘장애인생활시설 생활인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토론회’를 갖고 구체적인 실태를 보고했다. 이 실태조사는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의뢰해 진행한 연구용역 사업이다.
양성화된 장애인생활시설 22곳 대상, 일대일 심층 면접조사
국가인권위원회 정강자 상임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발표회에는 100여명이 넘는 청중들과 언론사 기자 등이 참석해 사회적으로도 관심이 높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정 상임위원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보고서의 내용을 읽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며 연구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 박찬운 인권정책본부장의 사업추진 경과 및 방향소개가 있었고 본격적인 실태보고가 이어졌다.
|
첫 번째 주제발제인 ‘조사과정 및 실태조사 결과’에서 시설인권연대 김정하 활동가는 “양성화된 장애인생활시설의 생활인에 대한 입소경위, 의식주 전반 및 직업, 교육, 문화, 의료, 시설 내 통제수단, 자기결정권의 행사여부 등 시설 생활에서 경험하는 전반에 대한 일대일 설문조사를 통해 객관적 실태조사를 밝히고자 한다.”고 조사의 의의를 밝혔다.
조사의 방식은 정부의 ‘미신고복지시설 종합관리대책의 성과 및 향후 지원방안’을 근거로 이미 신고를 완료한 곳과 조사기간 동안 신고완료가 거의 확실시 되는 조건부미신고장애인시설 중 22개의 시설을 선정하여 해당 시설의 생활인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의 형태로 진행했으며, 그 대상자는 22개 시설에서 거주하는 생활인 744명을 대상으로 그중 20%를 표본으로 조사했다.
설문조사 내용은 입소과정, 자유권적 기본권, 사회적 기본권 등 총 19개 영역에 대해 일대일 면접을 통해 진행했으며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중요설문 10가지 항목에 대해 그림설문을 제작해 면접을 실시했다.
조사 기간은 2005년 8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2달간 진행되었으며, 조사에 참가한 조사단은 연구원, 조사자 교육을 받은 사회복지사, 장애인단체활동가, 인권단체활동가, 의사, 변호사 등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였다.
입소자 77.8% “스스로 선택해서 들어오지 않았다”
김 활동가는 이번 조사에서 생활인들의 인권실태와 관련해 나타난 중요한 문제점으로 본인 스스로 입소를 결정하지 않고 입소한 사람이 무려 77.8%에 달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뿐만 아니라 ‘집단생활’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자유와 의지가 반영되지 않고 외출이나 개인적 행동은 철저히 차단된체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
시설내의 생활에서도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가만히 있거나 TV시청, 종교활동 등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치료, 교육 등이 없이 방치되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의 재산도 대체적으로 시설장이 관리하고 있으며 노동을 하고도 자신이 임금을 관리하는 경우는 3.4%이며, 주민등록증, 장애인등록증, 운전면허증 등을 시설측에서 일괄 관리를 하고 기초생활수급권자임에도 본인은 모르거나 통장을 시설측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생활자들은 성폭력을 포함한 시설 내 폭력에 48%이상이 경험이 있으며 생활에 있어서 생활자의 의견은 1.6%정도의 극히 미미한 정도로 반영되고 가족 시설장의 동의가 있어야 퇴소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인해 10-20년 이상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밝혔다.
운영자에 대한 조사에서는 신고시설로 전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먹구구식 운영과 회계의 불투명이 나타나며 운영자가 시설을 개인의 사유물처럼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대형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일상적인 방임과 방치, 징벌성 강제입원 등 반인권적 운영행위가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수급권 일괄관리를 당연시 하고 인권의식은 거의 전무하며 법적 기준도 못 미친 수준의 신고시설에 합법적 지위를 부여한 정부의 미신고시설 정책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입퇴소권 보장, 사법당국 공정한 법집행 이어져야”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 대한 제언으로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남구현 교수가 ‘생활인 인권보장 방안 모색’이라는 제목의 두 번째 주제발제를 이어갔다.
|
남 교수는 생활인 인권보장을 위한 개선방안으로 1. 입퇴소권의 보장, 2. 바우처제도 및 현금급여 도입과 구체화, 3. 생활인 자기결정권 보장, 4. 시설서비스 최소 기준의 법제화, 5. 사회적 기본권의 실질적 보장(노동권, 사회보장수급권의 보편주의 확보), 6. 인권감독관의 법제화, 7. 권리구제 절차의 충실화, 8. 개인정보 보호, 9. 사법당국의 공정한 법집행 등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남 교수는 이러한 개선방안과 더불어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개선도 이루어 져야 한다며, 1. 생활시설 설치에 있어서 신고제에서 특허제로 전환, 2. 재정지원 방식을 차등지원, 공법상 계약제도의 도입 등 전환, 3. 자립생활 정보제공을 우ㅟ한 공적 전달체계 구축, 4.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 공급확대 및 전달체계 정비, 5. 행정감독의 강화와 시설평가제도의 도입을 제시했다.
민주화와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도 1. 시설 운영자의 자격 엄격화, 2. 시설운영위원회의 활성화, 3. 공익이사 감사제도의 도입, 4. 시설 종사자의 처우 개선, 5. 인권교육의 정례화를 주장했고, 탈시설화를 위한 개선방안으로 1. 장애인에 대한 경제적 지원책 마련, 2. 주택지원책 강구, 3. 활동보조인 제도화, 4. 성년후견제도의 마련, 5. 기존 생활시설의 소규모화와 자립생활 지원기능 의무화 등을 제시했다.
시설생활인, “한 끼를 먹더라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
|
두 번째 증언은 같은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윤복희씨(42)로 그는 6년째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씨는 “여성의 경우 화장품 등 필요한 것이 있지만 시설에서는 지급을 하지 않고, 법인 전환 이후 수급권 지급이 시설로 들어가 오히려 더욱 어렵다. 우리도 나와서 생활하고 싶은데 우리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게 하는 환경이 문제다. 실패를 하더라도 도전을 해보고 싶다. 우리의 삶을 우리가 개척해 보고 싶다.”는 말로 강한 자립의 의지를 펼쳤다.
이어진 토론의 순서에서 장애인참교육부모회 박문희씨는 “20살 난 딸과 정신지체 1급인 중2 아들을 둔 엄마로 장애인 생활시설 조사에 참여하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씨는 “하루의 일과가 일어나서 기도하고 밥먹고 TV보고, 문 앞 슈퍼에도 10년이 넘도록 한 번 가보지 못하는 인간으로써 최소한의 욕구조차 없는 그런 생활을 하는 생활인들을 창살없는 감옥과 같은 시설에 남겨둬서는 안된다.”며 이러한 시설이 사라지길 위해 노력하겠노라는 다짐을 전했다.
보고서 대안, “너무 나열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하다”
두 번째 토론에서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는 “생활시설 장애인의 인권상황을 어려운 조사환경 가운데서 조사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를 하고 몇가지 아쉬움을 제기했다.
조 교수는 보고서의 아쉬움에 대해 “보고서의 대안제시가 너무 나열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하다.”고 밝히며 “생활시설에서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은 시설의 대형화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탈시설화를 위한 개선방안으로 제시한 ‘장애인에 대한 경제적 지원책 마련’, ‘주택 지원책 강구’, ‘활동보조인 제도화’, ‘성년후견제도의 마련’ 등의 내용들은 탈시설화 방안이라기 보다는 장애인의 지역사회보호를 위해 필요한 근본대책이라고 주장했다. 자립생활부분과 관련해서도 시설에서 자립생활 센터의 역할을 하는 것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민변 공익소송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찬진 변호사는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시설과 시설 생활인을 인권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실태조사를 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 대한 아쉬움도 밝혔는데 1. 시설에 대한 평가와 표현상의 문제, 2. 시설 양성화 정책 전 후 비교의 문제, 3. 정책대안에 대한 아쉬움 등을 제기하며, 조사자의 열정에 의한 치우친 조사가 아닌 체계적이고 균형적인 조사가 앞으로 보강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설병 증후군’ 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내렸다.
정부, “상당부분 공감한다. 상반기중 부처의견 밝히겠다.”
이어 보건복지부 재활지원팀 안규환 팀장은 정부의 주무부처 담당자로 “대부분의 정책은 사안 하나만 가지고 접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히고 “오늘 발표된 많은 부분을 정부도 함께 고민을 하고 있으며 빠른 시간 안에 담당부처의 의견만이라도 밝힐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
이어진 청중과의 토의에서는 국민기초수급권과 의료보장 문제 등 각종 장애인의 생활과 관련한 질문들이 이어졌고, 한 참가자는 이번 토론회가 찬반의 균형을 잃은 중립적이지 않은 토론회라고 지적하고 시설운영자 쪽의 입장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3시간이 넘게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각종 인권침해 논란 속에서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을 시행한 결과 법적 테두리 안에 들어온 시설에서도 여전히 각종문제가 내재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했으며 시설운영자는 물론이고 정부도 시설에 대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확인하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이철용 기자 lee@withnews.com 이철용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