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양이 장애인천국이라고? 그런 착각은 그만! |
| 한국의 장애인들은 복지제도 후퇴에 맞서 싸워야 한다 |
[위드뉴스] 입력시간 : 2006. 01.19. 20:20 |
장애인과 관련된 단체, 기관, 언론에서 한국의 장애인과 자주 비교 대상으로 삼는 외국의 장애인. 이 외국은 캐나다, 미국, 프랑스, 영국, 뉴질랜드 등 복지시스템이 갖춰진 몇 개 나라에만 국한되어 있다. 제3세계 국가의 장애인 실태에 대해선 소위 전문가도 거의 모르는 상황.
또한 서방 선진국가에 대한 찬사, ''장애인의 천국''이 얼마나 큰 부조리를 안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 없는 건 더 큰 문제다. 알고 있는 게 겨우 천국 뿐이라서 그런가?
장애인 입국을 봉쇄하는 뉴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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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함께 걸음]에는 ''산에도 승강기를 설치하라는 뉴질랜드 정부의 신선한 발상''이란 잡문이 실렸다. 이 글은 장애인을 배려하여 산에도 승강기를 설치하라는 뉴질랜드 정부의 방침이 "생각만으로도 멋진 일"이라고 격찬하며, "뉴질랜드는 장애우들이 살만한 나라라는 평가를 해줄 수 있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뉴질랜드는 장애인의 천국에서 지옥으로 바뀌고 있다. 2004년 1월 28일부로 뉴질랜드 이민국은 이민을 원하는 사람들의 신체검사 요건을 엄격하게 강화했다. 장애인 본인이나 가족 중 장애인이 있을 경우 이민을 받아주지 않는 것으로.
장애인은 1년 이상 장기 체류도 하지 못하게 법률이 개정되었으며, 심지어 ''장애 정도 검사''를 실시하여 입국하려는 장애인의 장애가 심할 경우 입국을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즉, 외국 장애인은 뉴질랜드에 발을 못붙이게 할 속셈. 이 야만적인 정책은 장애인을 살해하는 참극까지 빚었다. 다음은 뉴질랜드 한인 신문인 [넷질랜드] 자유게시판에 jay님이 쓴 글이다.
글쓴이: jay 날짜: 2006.01.10.
한국에서 가끔씩 장애아 문의를 보게되는데 장애아 유학은 허용이 안됩니다. 내가 오클랜드의 장애아 학교 5곳에 연락해본결과 답은 한결같이 불가능하다는것이었읍니다. 또한 최근의 이민정책에서도 장애아 있는경우도 안 됩니다.
어느 한 가족이 이민신청 했다가 장애아가 있어 이민이 불허되어 그 부모가 장애아를 죽여버린 끔직한 사건이 있었지요. 최근에 딸네집에 방문한 한국인 노인이 결핵이 있다는 이유로 방문비자 연장기각하고 국고 34만불 들여 특별기를 이용해 한국으로 강제 송환한 적이 있읍니다.
이처럼 뉴질랜드는 장애인 복지 예산을 늘리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자국의 장애인에 한해 복지예산을 집행하는 것도 아까워하는데, 뉴질랜드 정부는 현재 1,000억 파운드의 사회복지 예산 삭감을 목표로 복지제도 개악을 추진 중이다. 그리고 장애인 복지를 축소하고자 하는 정부의 공격은 먼저 뉴질랜드에 입국하는 외국인 장애인의 출입을 봉쇄하는 것이다. 이러고도 뉴질랜드 장애인 정책을 극찬할 수 있는가?
감옥이 가족보다 좋은 일본
장애인에 대한 일본의 이중적 모습은 잘 알려지지 않은 비극이다. 겉보기엔 장애인에 대해 관대하고, 인격적인 대우를 하는 일본의 사회복지체계 그리고 국민성. 하지만 일본 사회에서 장애인은 거듭되는 차별과 편견의 벽에 둘러쌓여 있다.
일본에서 장애인의 절반은 노인인데. [신동아] 2005 년 4 월 1일에 실린 ''도쿄는 왜 ‘이시하라 신드롬’에 빠져드나''는 장애인 혐오와 차별의식이 하늘을 찌르는 도쿄 지사 이시하라의 솔직한 모습을 그려낸다.
빈곤의 책임을 장애인에게 돌리는 프랑스
프랑스 역시 장애인에게 관대한 국가가 절대 아니다. 프랑스는 민족주의 성향이 매우 큰 국가로서, 프랑스를 상징하는 ''똘레랑스(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는 오직 백인에게만 허용된다.
즉, 백인들의 나라 프랑스에서 유색인종 장애인들은 심각한 사회적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세금을 축내는 무능력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게다가 노동시장에 접근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서 유색인종 비장애인의 실업률조차 50%에 달한다.
이어서 프랑스 정부는 빈곤의 책임을 장애인, 여성,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에게 돌리고 공적 서비스를 파괴하는 중이다. 프랑스의 부모들은 유아원이 없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을 안고 있으며, 공적 지출의 제한(헌법조약Ⅲ-194)은 복지서비스를 더 비싸고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면서 실업 수당과 영세민 보조금 등 사회 복지예산 삭감을 의미한다.
한국 정부의 간사한 잔꾀
한국의 장애인들에게 외국 장애인들의 실상을 제대로 이야기해주는 사람은 드물다. 이를테면, 미국과 영국의 활동보조인 시스템을 칭찬하면서도, 미국에서 아직 활동보조인 서비스가 제도화되지 못했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또 미국와 영국에서 장애인 활동보조인이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해 결과적으로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큰 발전이 없다는 것을 빼놓는다.
나아가 체계적인 장애인 복지 정책을 실현하는 국가도 알고 보면 겨우 10개 손가락에 손꼽힐 만큼 극소수이고, 이 극소수의 국가마저도 장애인 정책을 크게 후퇴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걸 말하지 않는다.
외국의 장애인 천국이 지옥이 되고 있음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안 그래도 장애인 지옥인 한국에서 지옥을 지옥답게 만들고자 예산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부는 LPG 연료 지원 제도를 폐지하려고 했다. 차를 가진 장애인은 부유하니, 차가 없는 가난한 장애인에게 이동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작년 기준 2,459억원의 예산을 사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
그러나 장애인이 부유해서 차를 소유한 게 아니다. 차가 없으면 도저히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그나마 없는 돈으로 차를 구입한 게 정답. 그런데 LPG 연료지원 제도 폐지를 반대하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는 조금 달리 생각한다.
"먼저 현 지원제도를 없애고 저소득 장애우에게 이동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기획예산처 안은 사회적인 관점과 시각에서 보면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차를 소유할 정도면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다고 봐야 하는데 ...(중략) 그래서 이 예산을 돌려 저소득 장애우에게 주겠다는 안에 대해 솔직히 반대할 명분이 없다.
방치되어 있는 저소득과 중증 장애우 현실을 감안하면 그들에게 정부 예산 지원의 우선 순위가 주어져야 하고, 어떤 명분이든 지원이 늘어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기 때문에, 정부안에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고, 사회정의 차원에서 맞는 얘기일 것이다./편집장 이태곤 칼럼 ''LPG 연로 지원제도 폐지는 안 된다.''/ 함께 걸음 2005년 12월 "
"솔직히 반대한 명분이 없는" LPG 지원제도 폐지를 연구소에서 반대한 까닭은 차를 가진 A 집단의 장애인에서 예산을 뺐어, 차가 없는 B 집단 장애인에게 주는 건 장애인들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치졸한 방안"이기 때문.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졌는지 알 도리가 없는 연구소의 왔다리 갔다리 논리. 하지만 치졸한 방안이라고 지적한 것은 그나마 낫다.
정확한 말은 ''조삼모사''다. 저소득 장애인에게 예산을 더 집중하는 것처럼 했지만 사실은 차를 가진 대다수 저소득 장애인의 생존을 오히려 더 위협한 그것. 조삼모사를 다른 말로 ''간사한 잔꾀''라고 한다. 즉, 장애인들은 정부에 희롱당한 셈이다.
서방세계 장애인들의 선진적 투쟁에서 배워야...
시시각각 목을 죄어오는 공공 서비스 혜택 축소 및 예산 삭감으로 인해 외국의 장애인들은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작년에 발생한 프랑스의 폭동은 유색인종 장애인들의 분노이기도 했다. 이와 같이 겉으로는 장애인 복지 천국을 자랑하던 서방국가들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외국인 장애인을 차별하고 그리고 장애인이라면 처음부터 입국을 거부하는 등 야만적인 장애인 정책을 하나하나 펼쳐나가는 중이다.
지금은 잠깐 잠잠해진 LPG 연료지원제도 폐지 안건은 장애인 복지 정책 후퇴가 전세계적인 추세임을 대신 설명할 뿐이다. 장기적인 불황, 재정 축소,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공격은 신자유주의의 진짜 이름이다.
한국의 장애인계가 언제까지나 부러움에 찬 눈으로 외국의 장애인들을 만나고 그들의 성공 사례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복지제도 후퇴 저지를 위한 서방세계 장애인들의 투쟁 등 앞서 나간 투쟁의 경험과 손을 잡고 연대해야 하는 함은 당연하다.
가만히 있으면 정부는 계속 잔꾀를 부릴 것이고, 조용히 있으면 장애인의 목을 조를 것이다. 장애인이 얼어죽어도 정부 책임이 아니라며 태연한 모습에서 확실히 보았듯이.
이훈희 기자 bomp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