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거부 선별적 수용’ 이제는 그만~
지난 30일, 정부청사 앞 결의대회의 이모저모
장애인부모,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교육과정’ 요구
[위드뉴스]     입력시간 : 2006. 03.31. 09:58


꽃샘추위도 이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30일 전국 12개 시도지역 장애인부모회, 장애인단체와 18일 째 단식농성을 진행 중인 장애인부모, 특수교사는 세찬바람을 뚫고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 앞에 모였다.

지난 30일, 세종로에서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투쟁 결의대회가 열렸다.

총 1,200여 명이 참여한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투쟁 결의 대회는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하라!” 는 구호와 함께 오전 11시에 시작됐다.

‘장애인교육 차별철폐’가 새겨진 몸피시를 가슴에 두르고 ‘장애인도 인간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힘차게 구호를 외치는 장애인부모들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

충북장애인부모회 소속 한정옥(39)씨는 이날 자녀 이종명(9, 발달장애)군과 함께 결의대회에 참가했다. 처음엔 머뭇거리던 그는 ‘장애인교육지원법’에 대해 묻자 이내 입을 열었다.

한 씨는 “통합교육이 실시되고 있다지만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은 특수반에서만 생활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통합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장애아동을 가르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교사의 적절한 배치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장애인 맞춤형 교육방식’은 가라!

장애인부모들이 ‘장애인도 인간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충북장애인부모회 민용순(45)회장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초․중등교육과정은 모두 비장애인들에게 맞춰져 있다. 일명 비장애인 맞춤형 교육방식. 그 어디에도 장애인을 위한 시설과 교육과정은 없다.

뿐만 아니라 일반학교에서는 장애아동의 입학을 거부하는 선별적 수용이 자행되고 있으며, 선별적 수용된 후에도 체험학습, 수학여행 등 학교행사에는 장애아동을 소외시키는 일이 다반사다.

민 회장은 “비장애인들은 원하지 않아도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는데, 왜 장애인들은 그토록 원하는데도 장애인들에게 맞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해주지 않느냐”며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개인이나 단체, 그리고 우리 부모들이 아닌 바로 국가가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장애아동을 둔 가정의 부모들은 경제활동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장애아동 가정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는 장애아동의 등․하교와 그 밖의 일상생활을 보조해주는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국 장애아동 교육시설 마련 시급

“충청북도에는 오직 하나의 특수 유치원이 있어요. 그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하루에 약 2시간 정도를 거리에 뿌리고 있어요. 수업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약 3시간 정도밖에 안되는데 말이죠.”

발달장애 자녀를 둔 유미연(37)씨는 “짧은 수업시간에 비해 그에 대한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며 “앞으로 특수아동을 위한 유치원이 곳곳에 많이 생겨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씨의 자녀는 올해 8살이 된 최경석 군. 최 군은 2년 째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인 즉, 특수학교에 가기엔 다른 장애아동에 비해 최 군의 발달장애가 경(輕)하고, 일반학교에 입학하기엔 부모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마라톤 초원이나 수영선수 진호 군을 보며 사람들은 말하죠. ‘얘는 뭐 잘하는 거 없냐?’고. 하지만 모든 발달장애 아동이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건 아니예요. 그건 영화가 만들어낸 편견일 뿐이지요.”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최 군의 뒤를 좇던 유 씨는 비장애인들이 갖고 있는 편견에 대해 언급하며, 장애부모들은 다만 ‘차별 없는 기본적인 교육제도’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교육 여건 개선과 교육 기회 확대
전체 장애인의 50%만이 초등교육, 나머지는 방치돼


발달장애 아동 최경석군과 어머니 유미연 씨.
“황금 뺏지 달라고 머리 조아리더니
국회의원 됐다고 띵까 띵까 띵까띵까띵까띵까 와 열 받는다 엎어버려~”

민중가요 ‘엎어버려’ 가 울려 퍼지며, 장애인 부모들의 목소리는 한껏 높아졌다. 장애인들에게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교육제도 마련을 해주지 않는 정부와 국회에 항의하듯, ‘엎어버려~ ’ 구절에 힘이 실렸다.

“장애인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확대해야 합니다. 전체 장애인의 약 50%만이 초등교육을 받고 있으며, 나머지는 시설이나 집 등에 방치돼 기본적인 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 쪽에서 담담히 결의 대회에 임하고 있던 대전장애인교육권연대 성광진(49) 상임대표는 “장애인의 교육 기회를 확대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 여건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씨에 따르면 현재 초등교육을 마친 장애인의 약 30%는 중등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증장애인의 경우 통학수단(이동수단)의 부재, 교내 시설 부족과 특수학교 장거리 문제가 겹쳐 발생한 것.

또한 그는 “장애인이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전환교육이 필수적”이라며 전환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환교육은 특수교육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흔히 일반교육의 ''진로교육''을 말한다. 이는 학업중심 교육 뿐 아니라 머지않아 다가올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생활중심 교육으로 취업, 가정생활, 대학교육, 여가․지역사회 활동 등 졸업 후 처할 환경에 적절히 적응하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날 결의 대회를 위해 전국에서 속속 모여든 장애인부모들은 모두가 영원한 동지였다. 그들은 북받치는 설움을 참지 못해 눈물을 흘리며, ‘장애인교육권 쟁취 투쟁’을 목청껏 외쳤다.

장애인부모들의 소원은 단 한가지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교육과정을 밟을 수 있는 ‘장애인교육지원법’이 제정돼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이 능력을 인정받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지난 13일에 돌입한 장애인부모들의 단식농성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김혜진 기자 55likehj@w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