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은 개선 대상이 아닌 폐쇄 대상”

미국 장애아부모 캐시 픽커 데릴 강연
‘시설 자체가 사람에 대한 차별’ 강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7-12-04 17:21:42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도 시설 자체가 사람에 대한 차별이다. 시설을 시정하거나 개선한다는 것은 시설문제에 대한 대체방안이 될 수 없다. 궁극적으로 시설은 해체돼야 한다.”

미국 레이그램협회 회장이자 장애아부모인 캐시 픽커 데릴(Cathy Ficker Terrill)씨는 4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개최한 ‘시설폐쇄와 지역사회통합을 위한 지원체제의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미국의 탈시설운동에 대해 소개하며, 시설폐쇄의 당위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캐시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대형시설을 폐쇄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은 경제 불황기였던 1980년대 초부터였다. 현재까지 38개주에서 131개소 이상의 시설이 폐쇄됐으며, 10개주에서는 전 시설을 폐쇄해 시설이 전부 사라졌다.

탈시설화 움직임에 따라 장애인분야 예산의 흐름도 변했다. 1998년 이전에는 국가지원금의 대부분이 대형집단시설의 서비스에 사용됐으나, 탈시설운동의 흐름에 따라 1994년과 1998년 사이에 지역사회 서비스를 위한 주정부의 지출이 49% 증가했다. 1998년에는 장애인 예산의 72%가 지역사회 서비스를 지원하는데 배정됐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꿈을 추구할 때 행복을 느낀다. 지역사회와 멀리 떨어져 대형시설에 수백 명과 같이 살면서 자기의 꿈을 추구할 수는 없다. 당신의 하루가 당신을 위주로 짜이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강요된다면 과연 꿈을 꿀 수 있겠는가? 그것은 꿈이 아니라 악몽이다.”

캐시는 시설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캐시는 시설에 대해 “시설은 사람을 분리시키고 사람들을 그의 의지에 반해 감금해 놓기 때문에 그 자체가 차별이다. 또한 사회참여의 가장 큰 장벽”이라고 말했다.

캐시는 또한 “국민 누구나 지역사회에서 통합돼 살아갈 권리가 있다. 이러한 권리는 누구에게 정신적 혹은 육체적 장애가 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폐기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지역사회 통합이라는 관점을 설득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시설폐쇄는 지역사회서비스의 확충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캐시는 “누구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그러한 조건은 지역사회 체제 내에서 가장 적합하게 주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근본적인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충족되고 최적의 발전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 장애의 정도에 관계없이 누구나 지역사회에 살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캐시는 “시설폐쇄는 목적이 될 수 없다. 단지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지역사회 지원체제를 개발하는 것”이라며 “시설의 폐쇄에 대해서만 말하지 말고 지역사회 모든 사람들의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원희 기자 (jwh@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