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자 조간신문들이 일제히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낙태'' 관련 발언 파문을 주요하게 다룬 가운데, 정작 사건의 발단이 된 인터뷰를 실은 조선일보는 이를 다루지 않아 논란을 낳고 있다.

이에 장애인뉴스 전문지인 에이블뉴스(www.ablenews.co.kr )의 백종환 편집국장은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보도하지 않는 것은 언론의 기본인 ''사실보도''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조선일보가 이 전 시장을 한나라당 후보는 물론,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려는 의도가 드러난 것으로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백 국장은 "이런 발언이 물의를 일으킬 것이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 이 전 시장이나, 이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평이한 질문과 답변으로 보도한 조선일보 모두 장애인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입장은 ''화약을 들고 불 속으로 뛰어들어갈 이유는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김민배 정치부장은 "해당 사안 보도에 대해 숙고를 거듭했지만 이 사건은 이 전 시장과 장애인 단체가 풀어야 할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이 전 시장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은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는 없는 발언이었다"며 "장애인 단체가 이를 몇 단계 비틀어 목소리를 높인 것인데 우리가 이를 보도할 경우 어떻게 해도 한 쪽을 편드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본다"고 해당 기사를 보도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보도에 입각해 보도를 했어야 한다는 백 국장의 주장에 김 국장은 괜한 오해를 사는 보도를 하는 것보다는 당사자들끼리의 해결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는 의견을 피력해 확연한 시각차를 드러낸 것이다.

백 국장은 "이 전 시장이 장애인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만큼 명확한 사과 표현을 해야하지 않겠느냐"며 "대선 주자라면 표를 위해서라도 장애인계에서 오랜 이슈였던 ''모자보건법 폐지''를 지지해야 할텐데 오히려 이를 해명 근거로 사용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점에 있어서는 김 부장도 같은 생각이다. 김 부장은 "장애인 관련 보도를 할 때는 특히 신중해야 한다"며 "나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던 적이 있는데 정중히 사과하고 일을 마무리 했었다"고 말했다.

한편 17일자 거의 모든 조간신문들은 3~4면 정치면을 통해 이 전 시장의 여의도 사무실에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들어가 항의 점거 농성을 했다고 보도하며 이에 대한 이 전 시장 캠프의 반응을 실었다. 다음은 17일자 조간신문들의 관련 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4면 <이 "장애아 낙태 허용" 발언 곤욕>

국민일보 6면 <이명박 장애아 낙태 발언 일파만파>

서울신문 4면 <장애인들 ''낙태발언'' 항의시위>

세계일보 4면 <이명박 장애태아 낙태 발언 논란>

중앙일보 6면 <''불가피한 낙태 발언''논란>

한겨레 3면 <성난 장애인단체, 사무실 점거>

한국일보 4면 <장애인 단체서 비판…이 사과>

한편, 동아일보는 5면 <"지금은 당 대표 아닌 나라 구할 사람을 뽑는 것"> 동행인터뷰 기사에서 질문 형식으로 이를 다뤘다.최초입력 : 2007-05-17 15: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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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낙태'' 발언으로 집중포화 맞아

대선 레이스에 어떤 영향 끼칠지 관심!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장애 태아 낙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라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여·야당, 시민단체 등 을 막론하고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특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19개 장애인단체들은 17일 오전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인 이 전 시장 캠프사무실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이 전 시장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등 관련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 전 시장은 지난 12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낙태는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단 말이에요.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라고 발언했다.

이 전 시장측은 이번 ''낙태 발언''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지난 16일 ''장애인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블로그에 올리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 전 시장은 이 글에서 "원천적으로 낙태를 반대하며 본뜻은 전혀 그렇지 않다. 모자보건법 14조에 명시된 것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표현이 잘못된 것 같다"고 해명한 뒤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에 관한 내용을 담은 ''모자보건법 14조'' 조항을 첨부하기도 했다.

또 "서울시장 재직 시 지하철 장애인용 엘리베이터와 중증장애인용 택시, 치과병원을 만드는 등 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최우선으로 시행해 왔다"며 "잘못된 표현으로 마음을 상한 장애인 여러분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비난의 목소리는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늘어나고 있다.

장애인교육권연대 구교현 조직국장은 "(이 전 시장이) ''불구''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부터 장애인을 퇴치 격리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그런 심각한 장애인 차별적 언어를 사용했음에도 제대로 된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은 점이 잘못됐다"고 밝혔다.

구 국장은 "이 전 시장이 인용한 모자보건법 14조는 유전·병리학적 문제가 있을 때 해당되는 조항이기 때문에 이번 사안과 관계없다"고 말한 뒤 "더구나 그 조항 자체가 인권침해적 소지가 있음에도 문제점을 인식 못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또 "이 전 시장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자신의 치적으로 설명한 장애인 정책은 장애인들이 끊임없이 저항해 만든 결과"라며 "오히려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고 등 안전사고 시 서울시의 책임을 부인한 것이 바로 이 전 시장"이라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이규의 부대변인은 "표현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하지만 이 전 시장의 장애인 차별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2005년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도 청계천 복원사업이 장애인들에게 차별을 준다는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두 차례나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해 지적받았다"고 말했다.

또 "몇 해 전 지적을 받았음에도 더욱더 노골적인 ''장애인 비하발언''을 한 것은 단순히 용어의 잘못된 선택과 오해가 아니며 인권과 장애인에 관한 이 전 시장의 사고에 근원적인 결함이 있다"고 덧붙인 뒤 "이 전 시장은 480만 장애인에게 공개사과하고 한나라당은 이 전 시장을 즉각 윤리위원회 제소하라"고 논평했다.

민주노동당의 황선 부대변인은 "어떤 망동을 해도 끄떡없다는 지지율에 대한 과신 때문인지 이 전 시장의 행보는 갈수록 거침이 없고 잘못에 대한 일말의 시인도 없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신속하게 대권포기를 선언하고 정치권을 떠나는 것이다. 너무 늦기 전에 결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력 비판했다.

문화연대(상임대표 강내희 김정명신)는 공식 발표를 통해 "이 전 시장의 발언은 대통령을 준비하고 있는 그의 인식이 차별과 배제가 당연한 봉건주의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이어 "서울시장 재임 시절부터 ''서울문화재단 파행 설립'',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강행'', ''서울시 하나님 봉헌 발언'', ''황제 테니스 파동'' 등 숱한 반문화주의로 일관한 이 전 시장의 이번 발언은 결코 실수가 아니라 그의 반문화·반인권적 철학과 태도가 여과 없이 또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이 전 시장의 ''낙태 발언'' 사태가 한나라당 경선은 물론 대선 레이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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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라고 말했지 ''장애인''이라고 말했나" 이명박 캠프 ''해명'' 불구 논란 확산 …

"''불구''는 ''병신''과 같은 수준의 단어"

2007년 05월 17일 (목) 13:49:01

윤정식 기자 (happysik@mediatoday.co.kr)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는 ''불구''라고 한 표현을 일부 인터넷 매체들이 인용보도 과정에서 ''장애인''으로 바꿔 쓰면서 사태가 확산됐다." 장애인관련 단체 회원 15명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여의도 사무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간 16일 이 전 시장 캠프의 공보 담당자가 한 말이다.

그러면 ''불구''라는 말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불구''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불비(不備)''의 낮춤말"이라고 정의돼 있다. ''불비''란 단어는 "제대로 다 갖추어져 있지 아니함"을 뜻한다고 한다. 즉 ''불구''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아니한 것을 낮춰 표현한 단어라는 결과가 나온다. 불구라는 표현이 들어간 이 전 시장의 발언을 인터넷매체들이 순화해서 표현했다는 말이다.


	▲ 이명박 전 서울시장. ⓒ류정민 기자
이에 대해 장애인뉴스 전문지 에이블뉴스의 백종환 편집국장은 "''불구''라는 단어는 ''장애인''이라는 단어와 국어 변천사로 봤을 때 같은 의미지만 오히려 비하하는 단어로 분류돼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라며 "아닐 불(不)에 몸 구(具)를 사용한 ''불구''와 질병병(病)과 몸신(身)을 사용한 ''병신''과는 같은 수준의 단어이기에 두 단어 모두 장애인을 비하한 단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국어원 최혜원 학예연구사는 "''불구''라는 표현과 ''장애''라는 표현은 의미적으로 차이가 없다"며 "국어적으로는 명확히 어떤 단어가 더 비하적 표현인지 정의하고 있지 않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불구''라는 말이 비하적 표현으로 통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 전 시장의 ''불구를 갖고 있는 태아는 낙태가 가능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문제라는 것이지 이를 장애로 표현한 언론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이 전 시장은 16일 저녁 발표한 캠프 공식 해명자료에서 "발언 취지는 낙태는 반대라는 전제 하에 산모와 태아의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을 때, 아주 엄격한 제한 하에 아주 신중하게 법과 의료적인 판단에 따라 낙태가 허용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적시했다.

그러나 이는 모자보건법 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1항에서 밝힌 항목 가운데 이 전 시장이 말한 항목과는 다른 항목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전 시장이 발언한 대목은 모자보건법 14조 1항의 1로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해명자료가 말하는 것은 14조 1항의 2인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와 14조 1항의 5인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설명한 것이다. 즉 해당 발언의 법적 초점을 돌린 것으로 볼 수 있다.

▲ 모자보건법 14조 전문

이 같은 캠프의 공식 입장과 이 전 시장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자 장애인단체 소속 장애인들은 16일 이 전 시장의 여의도 사무실을 점거한 채 밤을 지샜고 이 전 시장과의 직접 면담을 요구하다가 17일 오전 11시 40분 자진 해산했다. 장애인 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시장은 사과도 아닌 해명자료를 내고 오히려 자신의 주장만 거듭하고 있다"며 "낙태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한다는 이 전 시장의 입장은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이 전 시장의 ''장애인 낙태''에 관한 인식이다"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17일 1박2일 동안의 강원도 방문 일정을 마치고 자정 쯤에나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공보팀 관계자는 "이 전 시장이 상경후 곧바로 귀가할 예정"이라며 "18일에도 일단 여의도 사무실 보다는 견지동 사무실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초입력 : 2007-05-17 13:4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