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교육지원법·특수교육진흥법, 논의 뜨겁다

18일, 국회 교육위원회 두 법안 공청회 개최
① 논의 핵심은 ‘법률 명칭, 의무교육, 전공과’

[위드뉴스]

입력시간 : 2007. 04.19. 11:49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3당이 장애인의 교육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약속한 가운데, 정부가 제출한 특수교육진흥법 전부 개정안과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장애인교육지원법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가장 핵심이 되고 있는 부분은 두 법안에서 포함하고 있는 유·초·중·고등학교의 의무교육, 전공과(전문기술교육과정) 설치 및 운영, 그리고 법률안 명칭에서 ‘장애인’을 사용할 것인가, 기존 법률에서 사용하고 있는 ‘특수교육’을 그대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것.

국회 교육위원회는 국회법 58조(제정법률안 및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해 공청회 또는 청문회 개최)에 따라 18일 오후 3시 교육위원회 회의실에서 공청회를 열고, 두 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한국체육대학교 김원경 교수, 한국재활복지대학 김주영 교수,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윤종술 공동대표, 장애아 학부모 이경아씨가 각각 법안에 대한 진술인으로 참석했다.

또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인 안민석(열린우리당), 이주호(한나라당), 최순영(민주노동당), 유기홍(열린우리당), 김영숙(한나라당), 이경숙(열린우리당), 임해규(한나라당), 이은영(열린우리당) 의원이 참석해 진술인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특수교육→장애인 교육, 혼란 불러일으킬 것’

이날 공청회에서는 무엇보다 법의 명칭과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계속되는 의무교육 등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이뤄졌다.

정부안과 장애인교육지원법 모두 의무교육의 범위를 유치(3~5세)·초등·중등·고등학교로 규정하고 있으며, 무상교육의 범위는 3세 미만의 영아와 전공과 과정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유치원 과정에 대한 의무교육을 실시할 때 일정한 교육요건을 갖춘 보육시설 이용을 의무교육 이행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체육대학교 김원경 교수는 “의원입법안에서 ‘장애인’이란 용어를 사용함으로 그 대상은 더 분명해졌으나 장애인이라고 해서 모두 특수교육 대상은 아니다”며 “특수교육에서 장애인교육으로 변경할 경우 교육행정이나 학교현장에서 많은 혼란이 제기될 것”이라며 ‘특수교육진흥법’을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의무교육과 관련 “3세 미만의 경우 무상교육을 실시한다면 보육과 교육의 차이가 무엇인지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일정한 요건을 갖춘 보육시설 이용을 의무교육 이행으로 본다고 했는데 이 사안은 유치원과 보육시설간의 역할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유치원 과정의 의무교육을 장애유아에 대해서만 분리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며 “장애유아 분리 의무교육은 역차별 소지가 충분히 있다. 일반유아에 대한 역차별 시비에 휘말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영유아의 의무교육, 무상교육은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장애예방 조기발견 체제를 구축한 다음 추진해야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3~5세 유치원과정 의무교육은 현행 법의 강제성을 보강해 무상교육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공과, 교육에서 분리시켜 보건복지부·노동부로 이관해야 해’

한국재활복지대학 김주영 교수는 “더 이상 ‘진흥’이라는 명칭을 고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장애인’이란 용어는 낙인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용어의 정의는 학계의 자문을 구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두 법안에서 사용하고 있는 ‘치료교육’이라는 용어 정의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안의 경우 의료와 교육의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의원안의 경우 의료적 의미만을 포함하고 있으면서 교육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교육과정 중 치료교육에서 의료적 개념을 분리해 새롭게 정의하고 교육적 개념은 따로 빼서 특수교육의 정의에 포함해야 한다”며 “차후 치료교육이라는 용어는 사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교수는 “전공과가 원래의 취지를 벗어나 학력 연장의 의미로 변형되고 있다”며 “두 법안에서 제안하고 있는 전공과와 전문과정을 삭제해 노동부, 보건복지부의 직업교육기관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의무교육, 장애인이 교육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

계속되는 진술에서 장애인교육권연대 윤종술 공동대표는 “현행 법은 장애인의 교육권리를 보장하는 규정이 미약하고 강제성도 부족하다”며 “장애인의 교육 기회가 확대되고 교육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관련 법이 제정 또는 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공동대표는 “장애인교육지원법이 대상을 장애인으로 한정한다고 하는데 이는 이 법에서 대상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장애를 지녔거나 장애의 위험이 예견되는 사람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윤 공동대표는 “의무교육이 부모의 (교육·치료)선택권을 침해한다고 하는데 침해 좀 당해봤으면 좋겠다. 의무교육과 관련해 유예 또는 면제 조항이 있다”며 “의무교육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법을 통해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공동대표는 정부안과 의원안의 예산 추계에 대한 부분도 지적했다. 정부안의 경우 2010년부터 3년간 총 2722억원의 예산(교육부), 의원안의 경우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3조360억원(국회 예산처)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윤 공동대표는 “정부와 국회예산처의 예산 심의 방식이 다르다. 정부안은 3년을, 의원안은 5년을 제시하고 있어 단순 비교할 수 없다”며 “실제로 정부안과 의원안의 비용은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윤 공동대표는 또 “현행 법상 1개 특수학급에 유치(4인), 초등(5인), 중등(6인), 고등(7인)이 수업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13명, 19명까지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며 “이렇게 되지 않도록 법률에 제시해 장애아 누구나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장애아이들에게 필요한 법으로 만들어져야’

마지막 진술에 나선 장애아 학부모 이경아씨는 “처음에는 장애인교육지원법 시행에 소요되는 예산, 법률명칭, 하위 부분 등에 대해 반대했으나 보완책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수긍하게 됐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를 위해 도와줄 수 있는 법률이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생애주기별 교육지원을 위해 관련 부처, 관련 법률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평생교육에는 일반 교육을 포함해 여가와 직업교육 등을 보다 다양하게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또 “법률의 명칭을 무엇으로 하느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법이 제정 또는 개정되건 장애 아이들을 위해 좀 더 많은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부모가 죽은 뒤에도 아이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이 사회가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이 장애인교육지원법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약속함에 따라 관련 법령의 4월 임시국회 처리가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법률 명칭과 의무교육, 전공과 등의 쟁점 사항이 새롭게 제·개정되는 법률안에 어떻게 반영될 지 주목된다.

김지숙 기자 mjs0413@w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