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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와 일반학교에서 장애학생들을 위한 ‘치료교육’이 시행되고 있지만 많은 수의 학부모들이 사비를 들여 별도의 치료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밖 치료서비스의 경우 전문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이용료가 비싸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14개 시·도 896명의 장애아 부모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학부모의 88.4%가 자녀에게 학교 밖에서 별도의 치료서비스를 받게 하고 있었다. 치료서비스를 받을 때 사설치료교육실을 이용하는 경우가 58.1%, 복지관을 이용하는 경우가 52.6%로 높게 나타났다. 어린이집 이용이 13.2%, 개인교습이 11.8% 등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병원 치료실을 이용하는 부모들도 있었다.
학교 밖 ‘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다. 하지만 비싸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다. 학교 밖 치료서비스에 ‘만족’한다는 학부모가 39.2%, ‘매우 만족’하는 경우가 3.8%를 차지했다. ‘불만족’ 8.8%, ‘매우 불만족’은 2.4%로 낮았고, ‘보통’이라는 응답이 45.8%로 가장 많았다.
학부모들이 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매월 10~30만원이 38.7%였으며, 30~50만원이 25.9%, 50~100만원이 20.9%를 차지했다. 100만원 이상 지출하는 경우도 4%로 나타났다. 10만원 미만은 10.4%.
장애아 부모들이 학교 치료교육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이렇게 고가의 치료서비스기관을 별도로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수교육진흥법에 따르면 치료교육은 장애에 따른 결함을 보충하고, 생활기능을 회복시켜 주는 심리치료, 언어치료, 물리치료, 작업치료, 보행훈련, 청능훈련과 생활적응훈련 등을 말한다. 의료개념의 치료서비스와 특수교육이 복합된 형태로 법은 ‘교육활동’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현장에서 치료교육은 국어, 영어, 수학처럼 교과목으로 편성돼 치료교육교사가 여러 명의 학생을 상대로 물리치료교과목, 작업치료 교과목, 언어치료 교과목 등을 강의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장애학생 개개인의 필요와 요구가 반영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부모들 중 학교 치료교육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18.6%, ‘매우 만족’하는 경우는 2.6%로, 학부모 10명 중 2명만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불만족’이 26.5%, ‘매우 불만족’이 11.5%로 10명 중 4명은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보통’ 40.7%)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지금 같은 복합적이고 일방적인 형태의 치료교육이 아닌 전문적이고 개인에게 필요한 치료서비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까닭에 부모들은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전문적인 치료서비스를 학교에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 찬성을 표했다. 학교 밖 치료서비스를 학교에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 도입’하자는 의견이 83.4%, 신중하게 검토하자는 의견이 14.9%. 도입 반대는 2%로 나타났다.
치료서비스가 학교에 도입돼 현재 치료교육과 혼선이 빚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부모 89.9%가 ‘기존의 치료교육의 영역 중 특수교육과 중복되는 일상생활훈련 등의 영역은 특수교육으로 통폐합하고, 물리·언어·작업치료 등 전문 치료 영역은 치료서비스로 정리하면 된다’고 응답했다.
현행 치료교육과 치료서비스에 대한 이런 부모들의 요구와 전문가들의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현행 치료교육 및 치료서비스에 관한 토론회’에서 김주영 한국재활복지대 교수는 “현재처럼 치료서비스를 교육으로 몰아갈 경우 학생들은 매주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일정한 요일의 일정한 시간에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요행히 어떤 아동에게는 그 시간과 그 정도와 그 치료교사의 치료교육이 효과적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정해진 이러한 프로그램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치료교육의 문제를 지적했다.
정민예 연세대 작업치료학과 교수는 “학교에서 ‘치료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치료가 교육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치료서비스는 치료, 치료활동, 치료사로 구분되는 것이지 치료교육, 치료교사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먼저 치료교육이냐 치료서비스냐에 대한 개념을 특수교육진흥법에서 확실히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정진 강남대 교수는 “학교는 교육을 하는 곳이지 치료하는 곳이 아니며, 특수교육교사란 특수교육요구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전문가이지 치료하는 전문가가 아니”라며 특수교육진흥법에서 ‘치료교육’ 조항을 삭제하고 치료서비스를 관련서비스로 분류해 별도로 지원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김영현 경상남도교육청 장학관도 “현재의 치료교육은 특수교사가, 치료서비스는 전문 치료사가 하는 것이 맞다”며 치료교사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장학관은 현재 일상생활훈련과 같은 치료는 이미 특수교육이 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치료교육이 아닌 전문적인 치료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장학관은 “치료서비스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아닌 보건복지부가 주관하고 바우처제도 등을 통해 시행방안을 검토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특수교육지원센터와 연계해 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단 전문가들은 학교 안에서 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공간이나 비용적인 면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며 기존 지역사회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김주영 교수는 “학교는 근본적으로 병원이나 치료센터가 아니므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각자의 치료서비스를 자체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지역사회의 치료인프라를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거나, 학교가 지역사회로 나가 치료서비스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학교가 특수학교의 치료실, 특수교육지원센터, 장애인 복지관, 병원 치료실, 사설특수치료실 등과 연계해 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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