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건물 앞에서 100여명들의 장애인들이 시위를 벌였다. 장애인들이 5년 넘게 노력해 만든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이 지난해 국회의원에 의해 발의됐지만, 경제계가 법 제정에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어 법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은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회의원 37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해 9월 발의됐으며,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이하 장추련)는 결의문을 통해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이 1년이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인 이유 중의 하나가 경제계의 반대인 것으로 파악했다”며 “경제계가 왜 장차법 제정을 반대하는지 알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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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장애인 약 100명이 1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 프로메테우스 김유미 |
경제계, 강력한 차별금지법제는 기업에 부담
우리나라의 또 하나의 대표적인 경제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지난 9월 18일 국회 도서관에서 장추련 주최로 열린 ‘실효성 있는 장애인차별해소 방안에 관한 토론회’에 참석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경영계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호성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장애인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 금지되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실적으로 장애인 차별금지법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행 의무고용제의 폐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장애인고용과 관련한 낮은 국민의식과 정부의 재정지출 부족, 사회적 인프라구축 미비 등 열악한 기반 하에서 강력한 차별금지법제의 도입은 기업에게만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장차법 제정에 대한 전경련 측의 입장도 경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일 장추련 대표단과 면담한 이승철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은 “노동복지와 관련한 것은 경총이 경제단체 5단체의 입장을 대표해 표명하고 있다. 경총의 입장이 전경련을 포함한 경제계의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며 전경련에서 별도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꺼렸다.
장애인 후원 사업은 해도 장애인의무고용은 안 지키는 기업들
장추련이 전경련을 상대로 장차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것은 전경련에 국내 대기업들이 다수 가입해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우리나라 경제계를 대표하는 경제5단체 중 하나로, 삼성, LG, 대우, 현대, SK 등과 같은 대기업이 다수 가입해 있다. 법인, 개인 기업 회원만 355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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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추련은 ''그동안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고 억압당해 온 시간들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통해 끊어버리겠다''는 의미의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 프로메테우스 김유미 |
전경련은 2004년과 2005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중증장애인들에게 전동휠체어를 보급했고, 올해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정보단말기를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전경련이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진행하는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이다.
이처럼 전경련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장애인의 노동권 보장과 고용평등을 위해 법에 따라 실시하고 있는 장애인의무고용제의 이행 수준은 밑바닥이었다. 지난해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노동부가 제출한 ‘30대 대기업집단 장애인 고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장애인 고용률은 2002년 1.11%, 2003년 0.79%, 2004년 0.97%로 법적 의무고용비율인 2%에 못 미쳤다. 2004년 말 기준 기업그룹별 장애인의무고용율은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이 0.28%로 매우 낮았고, GS 0.41%, LG 0.49%, SK 0.50%, 현대 0.55%, 롯데0.60% 등이었다.
의무고용율 2%를 채우지 못한 30대그룹이 부담하고 있는 장애인고용부담금은 2002년 345억원, 2003년 380억원, 2004년 427억원이었다. 장애인이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은데 대한 벌금을 수십억원 씩 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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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추련은 지난 27일 전경련 회관을 방문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전경련의 입장에 대해 공개질의했다. 하지만 1일 전경련 측은 구체적인 입장 없이 이들을 맞았다.
ⓒ 프로메테우스 김유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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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경련 관계자들이 면담에서 전경련의 입장은 경총과 다름없다는 입장을 보이자, 장추련은 전경련 회관 현관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인정하라는 낙서를 남기는 것으로 전경련에 항의의 뜻을 표했다. ⓒ 프로메테우스 김유미 |
더 이상 기업의 온정의 대상이 되기 싫다
집회에서 하영택 장추련 상임집행위원장은 “기업들은 장애인들을 위한다면서 연말연시가 되면 앞 다투어 후원을 하지만 장애인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자는 의견에는 부정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도 “기업들이 장애인의 고용은 뒷전으로 하면서 자기들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 장애인시설에 후원한다”고 비판했다. 박 사무국장은 “하지만 장애인들이 기업에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처럼 노동하면서 인간답게 사는 것”이라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통해 장애를 이유로 한 고용차별을 개선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추련은 결의문을 통해 “장애인은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권리와 역할을 다하고 싶다. 더 이상 시혜나 온정의 대상이 되기 싫다”며 그런 이유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추련은“차별로 인해 아예 노동을 비롯한 모든 사회적 역할 매김의 기회조차도 거부당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전경련은 알아야 한다”며 “전경련이 경제발전을 통한 사회적 역할에 매진했다면, 더 나아가 한 사회의 성숙을 좌우하는 장애인 차별 해소 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고 밝혔다. 장추련은 전경련 측에 오는 6일까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혀 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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