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은 사고 나도 학교 책임 아니다?
안민석 의원 “학교, 장애부모에 서약서 강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6-10-13 19:47:03

“장애학생이 특수학교 입학할 때 학부모들은 장애아동의 재학기간동안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학교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제출해야한다. 이것은 엄연한 차별이다. 특수학교 교칙조차 장애아들을 차별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안민석 의원이 13일 열린 교육인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전국 143개 특수학교 중 141개 특수학교의 학칙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특수학교의 학칙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음은 특수학교에서 입학시에 학부모에게 제출하도록 하는 서약서 내용 중 일부.

“저는 아무개 학생의 보호자로서 아무개 학생이 재학 중에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을 학교 측에 묻지 않겠습니다.”

안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특수학교 중 이 같은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학칙에 명시하고 있는 학교는 51.8%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초·중등교육법상 의무교육대상 학생은 퇴학조치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특수교육 대상자를 퇴학조치 시킬 수 있다는 규정을 교칙에 명시해 둔 특수학교도 조사대상 141개 학교 중 15개 곳이나 된다.

또한 특수교육진흥법에는 ‘특수학교에는 교육감이나 교육장이 특수교육운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학생들을 지정· 배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학생정원을 자체적으로 제한하는 학교가 50.4%였고, 입학여부를 학교장이 결정하도록 학칙에 명시한 곳도 35.5% 정도였다.

반면 초중등교육법상 학칙에 포함하도록 한 ‘학생회 관련 조항’이 학칙에 없는 학교가 58.8%나 됐으며, 특수교육진흥법시행규칙상 학칙에 두도록 한 ‘개별화교육운영위원회’에 관한 조항이 빠진 학교는 31.1%나 됐다.

안 의원은 “학칙에 이어야 할 조항은 없고 없어야 할 내용은 포함되어 있는 셈”이라며 “장애학생들과 부모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현행 법령과 배치되는 내용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학부모가 죄를 진 것도 빚을 진 것도 아닌데, 이 같은 서약서를 제출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이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교육적 권리와 인간의 존엄적 가치를 실현하는 보루와도 같은 학교에서 오히려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안 의원은 “특수학교에 다닌다고 해서 법으로 정해진 의무교육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이건 명백히 법령에 위배된 학칙내용이므로 조속히 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특수학교 학칙이 이러한 문제점을 지니게 된 데에는 정부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정부차원에서 하루 빨리 시정조치하고, 앞으로 정기적인 특수교육 실태조사 시 이 부분을 조사항목에 넣고 꾸준히 점검해 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원희 기자 (jwh@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