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위에서 추석 보낼 수밖에…"

‘18일째’ 천막농성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오늘 첫 협상 성사…결과는 부정적 전망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6-10-02 15:38:28

▲2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소속 회원들. <에이블뉴스>

‘서울시교육청은 아스팔트위에서 추석을 보내야 하는 장애아부모들의 심정을 아시나요?’

2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 추석연휴를 앞두고 택배회사 직원들이 추석 선물을 배달하느라고 교육청 정문을 수시로 드나드는 가운데, 장애아부모 20여명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를 들고 기자회견을 벌였다.

이들은 18일째 천막농성을 벌여온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소속 회원들. 이 단체의 김경애 공동대표는 “서울시교육청측이 우리가 제시한 12개 요구안에 대해 밤샘 릴레이 토론을 벌여도 모자를 판에 점심 먹으면서 회의를 하자고 한다”고 지적했다.

18일만의 첫 대화 요청이다. 식당에서 첫 회의를 하자는 요청에 대해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측이 반발하자 인근 초등학교로 장소가 옮겨졌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의 첫 회의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오후 1시부터 시작됐다.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구교현 사무국장은 “처음으로 대화가 성사됐지만 별로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추석기간동안 천막에서 계속해서 농성을 벌여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특수교육위원회 윤정기 위원장은 “다른 지역은 웬만하면 교육감이 농성장을 찾아와 ‘잘못했다, 반성한다’고 하는데, 공정택 교육감은 지난 2004년 농성 때부터 한번도 농성장을 찾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 위원장은 “얼마 전 전북에서 농성이 끝났고, 이제 곧 대전에서도 끝날 것”이라며 “이제 서울로 전국의 장애인 교육주체들이 몰려와서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회를 보던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박인용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2004년 농성 당시의 합의문을 찢어버렸다. 박 위원장은 “10개의 약속 사항은 현재 지켜진 것은 3개밖에 없다”면서 “30점짜리다. 읽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10월 18일부터 12월 12일까지 25일간 장애인교육권 확보를 위한 천막농성을 벌여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측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10개 사항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장애학생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인 특수학급을 설치하는 문제, 교실 안에서 장애학생의 수업활동 및 학내생활을 돕는 특수교육보조원을 설치하는 문제,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전담인력을 배치하는 문제 등 대부분의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측은 12개의 요구사항을 담은 요구안은 다시 작성해 서울시교육청측에 전달했으나 대부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결국 천막농성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번 추석이 지나면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측은 투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는 추석이 끝남과 동시에 장애아부모들이 집단 삭발, 등교 거부, 단식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서울시교육청이 장애인교육에 책임 있는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족의 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여느 가정 같으면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명절을 맞겠지만 이번 명절에 우리 장애인 부모들을 그럴 수 없다. 장애아 어머니들에게 명절은 어이를 돌보랴, 명절을 준비하랴 고통스런 시간의 연장이기도 하다.

서울의 장애아 아버지들은 명절 맞을 준비를 포기하고 스스로 머리를 깎아 교육당국에 항의할 수밖에 없었다. 장애인 부모들이 명절도 포기하고 아이들의 교육권리를 위해 농성을 멈출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을 서울시 교육당국은 조금이라도 아는가!”(기자회견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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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부모들의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청 직원들의 추석선물 차량이 도착했다. <에이블뉴스>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에 농성 천막 안에서는 한 장애아가 혼자서 놀고 있다. <에이블뉴스>

소장섭 기자 (sojjang@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