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 아버지들의 삭발 투쟁

머리카락 상자 교육청에 전달하려다 ''실패''
학생도, 부모도, 누구도 못들어가는 교육청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6-09-28 19:32:28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박인용 공동집행위원장과 장애인참교육부모회 최석윤 부회장.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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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교육은 죽었다. 약자 중에서도 가장 약자인 장애인 교육이 되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서울시의 교육이 살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머리카락이 담긴 종이박스를 서울시교육청측에 전달하려다가 전경들에 막히자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박인용 공동집행위원장이 28일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 서서 이렇게 외쳤다.

박씨는 "이곳이 정말 공교육 기관이 맞는가? 항의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 정말 분노스럽다. 천막농성이 14일 됐는데 한번의 대화 요청도 없고, 장애아 아버지들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전달하려고 하는데 경찰을 앞세워 막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천막농성이 14일째를 맞은 이날 개최된 서울시교육청 규탄집회에는 약 70명의 장애인부모들이 몰려들었다. 장애인단체, 시민단체, 정당 등에서도 30여명이 참가했다.

이날 집회는 공식적인 대화 요청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을 항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박인용 공동집행위원장과 장애인참교육부모회 최석윤 부회장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항의를 표했다.

이날 집회를 마친후 이들은 자신들의 잘려진 머리카락을 종이상자에 담아 서울시교육청측에 전달하려고 했다. 하지만 전경들이 정문을 폐쇄하고, 방패로 막아서는 바람에 전달할 수가 없었다.

"2명만 들어가서 전달만 하고 나올테니까 정문을 열어라."

정문이 열리지 않자 부모들은 전경들과 맞섰다. 힘을 모아 방패를 빼앗고 들어가려고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친 부모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그래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김경애 공동대표는 "두 사람만 들어가겠다고 공식적으로 요청했는데도 들어오지 말라고 한다. 경찰에 시켜 지난번 학부모들과 학생을 내밀쳤던 그들이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고, 눈물로 키운 머리카락이 들어갈 수 없으니 연기로라도 들어가야겠다"면서 장애아 아버지들의 머리카락을 담은 상자에 기름을 부어 태웠다.

이날 박인용씨와 함께 머리카락을 자른 최석윤씨는 "참 꽤씸하다"면서 "교육청은 ''필요하다'', ''인정한다'', ''해야한다''는 말뿐 실제로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는 발을 빼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씨는 "곧 추석이 다가오고, 우리도 추석 전에 농성을 끝내고 싶고 교육청측도 마찬가지 생각일 것이다. 우리가 제시한 요구안 중에는 당장 해야할 것도 있지만, 시간을 두고 해야할 것도 있다. 머리를 맞대서 계획을 세우자는 것인데, 한번도 대화요청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측은 추석이후 장애아부모들의 집단 삭발, 등교거부, 단식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서울시교육청이 책임있는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을 사이에 놓고 전경들과 대치하고 있는 장애아 부모들. <에이블뉴스>

▲서울시교육청이 문을 열지 않자 전경들과 맞서고 있는 박인용씨와 최석윤씨. <에이블뉴스>

▲자신들의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에 불을 붙이고 있는 최석윤씨. <에이블뉴스>

▲교육청 문이 열리지 않자 결국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를 태워 항의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소장섭 기자 (sojjang@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