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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민자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 집행위원장. ⓒ 프로메테우스 김유미 |
“우리 아이들이 성폭력을 당했습니다. 고아나 다름없는 아이들, 부모님들이 보호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집중적으로, 과자 준다고 유인하고, 콜라 준다고 유인하고, 아니면 청소시간에 따라다니면서 한번만 같이 자자고 괴롭혔습니다. 저는 이 학교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거기가 과연 학교였을까? 내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대한민국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는, 과연 ‘학교’였을까? 저는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지옥이구나. 정말 지옥 같은 학교였구나.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윤민자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 집행위원장
학교 행정실장, 생활보육교사가 청각장애 여학생 성폭행
광주광역시에 있는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인화학교에 다니던 A양은 지난 2003년 4월경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보육교사 이모(남·36)씨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다. A양은 이후 2003년 여름, 겨울 방학에도 이 생활보육교사에 의해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같은 학교 B양(당시 12살)은 2004년 여름방학 중에 학교 운동장에서 놀다가 기숙사로 돌아가던 길에 행정실장 김모(남·58)씨를 만나 행정실에 따라 갔다가 성폭행을 당했다. 성폭행 후 행정실장은 B양에게 콜라를 주며 기숙사로 돌아가라고 했다고 한다. 당시 행정실 밖에 있던 같은 학교 학생 4명이 이 장면을 목격했다.
광주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는 2005년 6월 피해학생 상담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게 돼 가해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지난 5월 열린 항소심에서 생활보육교사 이모씨는 징역 2년, 행정실장 김모씨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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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화학교대책위에서 활동하는 부모를 따라 온 아이들이 삭발식을 지켜보고 있다.
ⓒ 프로메테우스 김유미 |
성폭력 피해자, 졸업생 중에도 있다
성폭력상담소와 참교회부모회 등은 사건을 접한 후 현장 목격자를 찾는 과정에서, 학생들 중 교직원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학생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피해자 증언과 목격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나왔다. 이에 2005년 7월 장애·여성·교육단체 등 11개 단체가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현재 20개 단체)를 꾸리고 사건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까지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가 증언을 확보한 피해자는 8명. 이 중에는 졸업생도 포함돼 있다. 인화학교 내에서 교직원들에 의한 여학생 성폭행 사건이 지속적으로 일어났다는 이야기다. 가해자는 교직원 11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졸업생 피해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가 지난 것이 대부분이고, 어린 피해학생들이 혼자 끙끙거리다 넘겨버린 사건들이 많아 사건 당시 증거가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처벌이 되지 않는 가해 교직원들과 피해 여학생들이 같은 학교, 기숙사 안에서 여전히 마주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인화성폭력대책위, 광산구청 앞 천막농성 90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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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화학교 졸업생들이 모교의 성폭력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삭발에 동참했다.
ⓒ 프로메테우스 김유미 |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는 지난 5월 16일 광주 광산구청에 이번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며 구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인화학교를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우석의 임원을 해임하고, 우석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구청 관계자를 징계하라는 것 등이 이들의 요구다. 이들이 학교 내에서 발생한 사건을 두고 교육청이 아닌 구청을 상대로 책임을 묻는 데에는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사립특수학교’라는 특수성이 있다.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르면 사회복지법인은 특수학교를 운영할 수 있고, 시·도 교육청은 해당지역 교육에 대한 책임을 법인에 위탁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즉 인화학교는 광주광산교육청에 의해 ‘사회복지법인 우석’이 위탁받아 운영하는 기관이라, 학교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은 법인에서 결정한다는 것.
이에 대책위는 법인에 대한 관리·감독권이 있는 광산구청을 상대로 인화학교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인화학교를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우석이 전형적인 족벌세습 구조로 이뤄져 있어 이전부터 발생한 성폭력 사건들이 은폐, 묵인돼 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고소당한 전 행정실장 김모씨는 전 이사장의 둘째 아들이고, 인화학교 전 교장은 첫째 아들로 학교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등을 무마해왔다는 것이 이들의 이야기다.
우석 산하 생활시설인 인화원 원장은 전 이사장의 동서, 근로시설원장은 전 이사장의 처남이다. 우석의 전 이사장은 올해 3월 사망했고, 사위가 그 이사장직을 물려받았다. 윤민자 집행위원장은 “졸업생, 재학생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처음 성폭력을 당했을 때 일부 학생들은 교장 등을 찾아가 사실을 밝히기도 했지만, 친인척으로 구성된 이사진과 임원들이 이를 은폐해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광산구청은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법인 이사들에게 피의사실이 없어 임원 해임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의 농성은 90일이 넘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는 지난 16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광주 내에서는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겠다는 곳이 없고 더 이상 하소연 할 곳도 없어 정부중앙청사까지 왔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인화학교 졸업생 6명과 대책위 소속 3명은 사태해결을 촉구하며 삭발을 했다. 이날 삭발에 참여한 인화학교 총동문회회장은 “학교 내에서 대물림되고 있는 성폭력 사건을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어 삭발에 동참하게 됐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자들을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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