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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1일 (화) 15:04 민중의소리 "야만의 세상을 바꾸는 것이 우리의 투쟁" "장애인이 집구석에 그리고 시설에 처박혀 있는 이 현실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야만입니다. 야만의 세상을 바꾸는 것이 우리의 투쟁이라 생각합니다. 더 이상 짐승처럼 살기 싫습니다. 중증장애인도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권리로써 제도화하기 위해 삭발할 겁니다."
박경석. 노들장애인야학 교장.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공동대표.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상임공동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집행위원장... 그러나 그와, 함께 투쟁하는 사람들이 처한 현실은 절대 유쾌한 현실이 아니다. 언제나 분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유머를 잃어버린 적이 없는 그다. 하지만 역시 대한민국에서 중증장애인이 사람답게 살 권리를 찾기란 아직도 먼 일처럼 보인다. 인터뷰를 위해 편안한 분위기에서 만나려고 약속을 잡은 날 미리 확인전화를 걸었더니, 종로구청이 성람재단 비리 척결 등을 위해 천막농성을 벌이던 현장을 침탈했다고 했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오후에 현장으로 가봤더니 박 대표는 몸이 안 좋아 들어갔다고 한다. 결국 다음날 다시 종로구청 앞에서 만나 근처 열린시민공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대학 때 시작된 장애인생 박 대표는 젊은 시절 영남대학교를 다녔다. 스스로 말하기를 공부는 별로 하지 않고 그냥 열심히 노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학도호국단의 교련훈련을 거부하고 팔각모를 쓰는 군대를 지원했다. 군대에서 공중에 떠 본 경험으로 제대 후 2학년으로 복학한 여름방학, 토함산에서 글라이딩 대학선수권대회를 준비하다가 실수로 떨어졌다. 그게 83년이다. 그 당시의 좌절에 대해 박 대표는 “다 그렇지, 뭐. 다친 사람들의 입장은 다 힘들고,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렇게 집에만 한 5년간 있었지”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집에서만 5년이라... 떨어진 후 5년 동안, 마도로스가 꿈이었던 한 청년의 인생은 헝클어진 상태였을 것이다. 5년 후, 이 청년은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을 알게 되어 직업훈련을 받으려고 들어갔다. 컴퓨터 교육을 받으면서 그때서야 처음으로 세상에 장애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전에는 비장애인으로 살았기 때문에 전혀 장애인 문제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고, 알 수도 없었고, 그리고 관심도 없었죠, 뭐. 접하질 않으니. 학교에서 장애인을 만나기를 하나, 길거리에서 만나기를 하나. 일상생활에서 전혀 관계가 없으니.” 박 대표가 복지관에서 컴퓨터를 배울 당시 그의 동기 중에는 장애해방운동가 정태수 열사가 있었다. 박 대표는 정태수 열사 추모글에서 “태수의 노래가 굴종적인 ''착한 장애인''으로 살고자 했던 내 삶을 변화시켰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정태수 열사에 대한 회상에서도 박 대표의 유쾌한 모습이 잘 드러난다. “그 친구는 굉장히, 현 사회에 대해서 불만이 많은 친구로 보였지. 말 잘 안 듣고, 선생님이 하라는 걸 제대로 안하고. 난 굉장히 착한 장애인이었고. 시키는 대로 하고. 열심히 가르치는 대로 배우면서 열심히 재활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거고. 그래서 직업을 가져서 착하고 열심히 잘 살려고 한 거고. 태수는 굉장히 반항기가 많았고. 예를 들면 점심시간에 훈련생들에게는 다 국민체조를 시키는데, 선생들은 안하잖아요. 훈련생들만 다 모아놓고 국민체조 시키고. 그러니깐 왜 우리가 점심시간 한 시간 가지고, 그것도 국민체조로 시달려야 되냐. 안한다. 그래가지고 열심히 장애인들을 조직해가지고, 국민체조 거부 투쟁을 하고 막 그랬어요. 그런 친구였고, 나는 그것들을, 그 투쟁사건을 알아서 선생님한테 고자질하고(웃음).” 장애인 양대 법안 투쟁을 계기로 운동을 시작하다 박 대표는 운동을 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곧바로 박흥수 열사를 꼽았다. 박흥수 열사는 장애인운동의 태동기인 80년대 말부터 헌신했던 운동가다. 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며 조직위 점거투쟁을 이끌었던 박흥수 열사가 후배 장애인들을 ‘키우려고’ 복지관으로 왔다고 한다. “술 사주고 그러면서. 그 형이랑 만나고 이야기하고 태수도 거기 같이 있었고. 그래서 서울장애인올림픽투쟁을 하는 것들을 보고, 그래서 장애인 문제에 대해서 개인의 어떤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다라는 것들에 대한 인식들을 가지게 됐고.” 그래서 그는 졸업 후 서울장애인복지관 동문회 ‘싹틈’에서 활동하게 된다. 이때 활동을 하면서 동문들의 취업활동을 조사하고 설문을 해보니, 복지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90%가 취업한 것은 아니었다. 서울시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런 보고를 했던 것은 이해가 가지만, 영세사업장으로 가서 교통비 2만 원을 받으면서 6개월 일을 하는 현실을 취업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런 생활을 못 견뎌서 나오면 ‘너희가 장애인이라 인내가 없어서 그렇다’며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더 철저히 무장해야 하는데 게으르다’고 하면서 오히려 장애 탓으로 돌리는 복지관의 행태는 더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소식지를 만들면서 설문 결과를 실었다. 복지관은 소식지를 훔쳐갔고, 처음으로 복지관 점거 농성이 시작됐다. 이때 심신장애자복지법을 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하는 운동과 장애인고용촉진법을 제정하는 양대 법안 투쟁에 결합하면서 박 대표의 운동인생이 시작된다. 중증장애인들이 전면에 나선 이동권 투쟁 2001년 1월 22일, 오이도역에 설치된 장애인용 수직 리프트가 추락한 참사를 계기로 본격적인 이동권 투쟁이 시작되기 전에는 장애인의 취업 문제, 노동 문제, 시설비리 문제가 부각됐었다. 그것도 경증 장애인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박 대표는 현장을 중심으로 투쟁해왔던 장애운동 조직들이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DPI(Disabled Peoples'' International)로 통합을 하면서 대중투쟁이 죽어버렸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보기에 통합 이후의 활동은 ‘사랑의 행사’일 뿐이었다.
“대중투쟁이 다 죽어버렸던 시기이고. 그래서 99년도 2000년도에는 장애인의 생활은 점점 더 힘들어지는데, 전혀 투쟁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고. 그러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노들 야학 중심으로 대중투쟁을 하려고 했던 단위들이 2001년 사건을 계기로 해서 투쟁을 조직했고, 그 주체가 정말 이동권에 실질적으로 많은 차별을 받고 있는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자기 문제들로 표현하고, 권리의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그래서 대중교통을 안전하게 이용하고 싶다고 해서 직접적인 현장에 직접적인 중증장애인들이 나서게 된 것이죠.” 반향은 아주 컸다.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투쟁의 방식이 예전 장애인투쟁에 비해서 매우 과격했다. ‘사랑과 봉사’ 이런 자선사업의 문구로 채색되어 있던 장애인 문제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를 주장하는 이동권 투쟁으로 거듭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2001년 2월 6일, 서울역 지하철 1호선 철로를 30분 점거하고, 32명이 연행되던 때의 박 대표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이것이 이동권 투쟁의 포문을 연 것인데, 중증장애인들이 쇠사슬로 자기 몸을 묶는 장면은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왔다. 기자가 기억하는 이동권 투쟁도 그날의 사진부터가 시작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준비하며
전장연의 이름을 들어본 지가 꽤 오래돼서, 도대체 언제 ‘준’자를 떼는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 지역조직 각자의 연대적인 수준에서, 8월 활동가 수련회 이후 얼마나 조직적으로 통일되느냐에 대한 문제가 과제로 남을 것이라고 한다. 이들 지역조직이 안정화된 이후가 ‘준’자를 떼어낸다는 말이었다. 전장연에는 장애인단체만 있는가. 그렇지 않다. “장애인 차별 철폐의 문제가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고, 장애인만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인 변화를 통해서 장애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들의 참여를 최대한 같이 하는 것으로 간다는 거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주체 문제는 정확히 있지만, 같이 가져가기 위한 연대의 문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비장애인 단체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장연에는 장애인 단체 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 사회당, 민중복지연대, 영상집단, 문화단체 등 다양한 집단이 모여 있다. 사람의 가치를 자본의 잣대로 재는 세상에 맞서기 위한 고민의 결과다. 못다 한 이야기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과 활동보조인 제도화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무총리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가운데 새로운 논의가 시작될 상황이고, 활동보조인 제도화는 지난 3월 20일부터 5월 1일까지 43일 동안 서울시청 앞 노숙농성과 장애인 39명의 삭발 등 투쟁을 통해 서울시로부터 제도화를 약속받았다. 물론 약속은 지켜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아는 사람들은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이 장애인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당원이냐고, 어디 당원이냐고 물어봤는데, 박경석 대표다운 기상천외한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박 대표의 요청에 의해 이 부분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대신 민주노동당과 사회당 중 어느 당이 더 적극적이었느냐는 짓궂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밝힌다. “당 차원에서 당의 구조를 따지면 사회당 동지들이 좀 더 열심히 했죠. 열심히 하고 있구요,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이 앞섭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비교 할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민주노동당 내에서도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들은 있고 그렇죠. 당 부분은 하지 마세요(웃음). 괜히 나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이상하게만 되어 버리더라고. 특히 선거 때만 되면 심하게 그런 것 같더라고.” 선거 때가 살짝 지나서 박 대표의 답변을 밝히지만, 객관적인 평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당의 구조가 다르고, 관심을 가져야 할 현장이 많을 뿐이다. 다만 ‘감수성’이라는 말은 계속 인상에 남는 말이었다. 결혼에 관한 개인적인 질문도 밝히면 두들겨 맞는다는 엄살 섞인 부탁을 받았다는 사실만 밝혀야 할 것 같다. 이 정도에서 인터뷰는 끝이 났다. 장애인 문제와 그 속에서 치열하게 현실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인터뷰 한 편에 모두 담아내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인터뷰 내내, 그리고 인터뷰가 끝나도 다음과 같은, 어디서 주워들은 말이 생각날 뿐이었다. ‘당신이 백인도 될 수 없고 흑인도 될 수 없지만, 장애인은 될 수 있다.’ / 정택용 기자 <''현장의 감동 살아있는 뉴스'' ⓒ민중의소리 www.vop.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