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사랑의 집’ 사건 이대로 묻히나
검찰, 일부 혐의만 인정…징역 5년 구형
장애인 죽음은 조사 소홀…21일 선고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6-07-18 17:49:23

▲김포 사랑의 집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선 ‘김포시 사랑의 집 시설수용자 살해·성폭행 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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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8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 미신고시설 김포 ‘사랑의 집’ 사건의 주요 의혹들이 검찰의 소극적인 대처로 묻혀질 위기에 놓여있다.

지난 5월 23일 서울경찰청은 원생 6명에 대한 살해 혐의, 여성 생활인 3명에 대한 성폭행 혐의, 정부보조금 등 4억8천2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했지만,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형사3부(김태광 부장검사)는 J씨를 강제추행 등 일부 혐의로만 구속 기소하면서 주요 의혹들이 묻혀지고 있다는 것.

J씨는 지난 7일 첫 공판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5년을 구형받았지만 종교인이라는 점, 지병(당뇨병, 심장병)이 있고 고령(66)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관련 시민단체들의 우려다.

이미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진 이 사건이 여타의 사회복지시설 비리, 인권침해 사건들이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묻혀지는 것이 아니냐며 관련 시민단체들은 대검찰청에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J씨에 대한 1심 선고심은 오는 21일 오전 9시 부천지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재수사가 꼭 필요한 의혹들=현재 검찰이 인정한 J씨의 혐의는 여성 2명에 대한 성폭행 및 강제추행 혐의와 일부 생활인에 대한 폭행 혐의, 생활인 명의를 빌려주고 1천500만원을 받아 횡령한 혐의 등이 전부다. 경찰이 인지수사한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

‘김포시 사랑의 집 시설수용자 살해·성폭행 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조사가 필요한 대표적인 사항이 바로 항정신성의약품에 대한 강제복용 여부라고 밝혔다.

경찰은 J씨가 수용자 6명에게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기간 항정신성의약품을 강제로 먹여 살해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으나 검찰은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 대책위 자체조사결과에 따르면 ‘사랑의 집’에서 총 8명이 숨졌다.

만약 항의하거나 말을 듣지 않는 등 반항하는 생활인에게 항정신성의약품을 강제로 먹인 사실이 인정된다면 J씨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의료법과 약사법을 위반한 것이며, 이러한 행위가 생활인들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다면 중상해죄 내지 상해치사죄 적용이 가능하다.

또한 경찰은 개줄로 손과 발을 묶고 전기 및 난방시설, 화장실 등이 전혀 설치되지 않은 독방이나 예배실에 생활인들을 가두고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는 등의 감금 혐의가 있다고 밝혔으나, 이 부분도 검찰은 인정하지 않았다. 만약 이 행위들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형법상 중감금죄에 해당된다.

또한 경찰은 생활인들의 기초생활수급비, 후원금, 입소금 등 4억8천200여만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사용용도에 대한 조사를 벌였으나, 결국 검찰은 1천500만원의 대한 횡령혐의만 인정했다.

대책위 자체조사결과에 따르면 J씨는 입소금 및 기초생활수급비 1억원 정도를 착복했고, 모 기독교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후원을 독려하는 등의 방법으로 후원금 4억5천여만원을 받아 착복하면서 그에 관한 회계장부도 전혀 작성하지 않았다.

▲대책위, 대검찰청에 고발장 제출=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대검찰청에 이번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J씨에 대한 1심 선고심이 3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 이번 사건이 이대로 묻힐 가능성이 있다면서 긴급히 대처에 나선 것이다.

대책위 활동가 여준민씨는 “김포 사랑의 집에서 8명이 돌아가셨고,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다. 이 사건은 과연 누가 책임져야 되는 것인가”라고 검찰을 질타했다.

민주노동당 인권위원장 이덕우 변호사는 “이미 많은 사실들이 생활인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됐지만 검찰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왜 주요 혐의를 검찰에서 인정하지 않는지 대검찰청에서 밝혀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최초 제보자인 이흥배씨는 “분명히 밖에서 걸어 잠근 자물쇠가 있는데 왜 감금이 아니라고 하는지 검찰이 이해가 안 된다”면서 “공판 내용을 보니까 누가 검사인지 변호사인지 구분이 안가더라”고 꼬집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람을 속인 죄! 사람을 가둔 죄! 사람을 죽인 죄! 목사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죄들에 반드시 값을 물어야한다”면서 “검찰은 사람들의 처절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숨겨진 진실을 찾아야한다”고 촉구했다.

소장섭 기자 (sojjang@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