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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22일 (목) 16:12 노컷뉴스 장애인 못가는 화장실이 차별 아니다?
인권위는 장애인권익지킴이 박종태(에이블뉴스 객원기자)씨가 대전 유등천 산책로에 점자유도블록을 설치하지 않은 것과 유등천 및 갑천에 화장실 10곳을 설치하면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차별이라며 대전광역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진정에 대해 "장애인 차별이 아니다"고 결정했다. 박종태씨는 이번 결정에 대해 “보수했다는 화장실은 시멘트로 입구 턱을 없앤 것뿐이지, 좁은 내부 공간은 개선한 것이 아니어서 실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렵다”면서 “인권위가 제대로 현장 조사를 했는지 의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점자블록이 일반 보행자 방해’ 주장= 인권위는 박씨에게 보낸 사건처리 결과통지문에서 유등천 산책로에 시각장애인용 점자유도블록을 설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등천 산책로의 총 길이가 19.1km, 폭은 약 2.4m로 산책로의 폭을 반(1.2m)으로 나누어 양방향으로 통행하도록 되어 있다”면서 “만일 점자유도블록을 설치할 경우, 산책로의 폭이 좁아져 오히려 휠체어 사용 장애인 및 일반 보행자의 이동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인권위는 “유등천 산책로는 물이 흐르는 하천 경사면에 바로 인접해 설치돼 있을 뿐만 아니라 산책로 구간에는 유등천으로 유입되는 오수·우수관로가 설치되어 있고, 그 위로 산책로가 연결되는 등 시각장애인이 통행할 경우 하천으로 추락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인권위는 “참고로, 동 산책로는 하천으로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상 편의시설 설치대상도 아니다”면서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유등천 산책로에 점자유도블록을 설치하지 아니함으로써, 시각장애인을 합리적인 이유없이 차별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화장실 고쳐서 이용 가능하다’ 주장= 이어 인권위는 유등천 및 갑천에 설치된 화장실을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는 것과 관련해서 “유등천 및 갑천에 설치된 화장실의 경우 또한, 편의증진법상의 편의시설 설치대상이 아니며, 해당 수세식 화장실은 소형이고 면적이 좁아 편의증진법 규정대로 개선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유등천 및 갑천에 화장실을 설치할 경우에는 하천법상 유수에 지장을 주지 않는 ‘계획 홍수위’(計劃洪水位) 이상 지점인 제방 법면(경사면) 또는 제방상부에 설치해야 하는 부지 선정상 많은 제약이 있어, 이러한 안정상 사정을 무시하고 휠체어 사용 장애인 시설을 설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특히 이번 진정이 제기된 후, 대전시측이 유등천의 경우 화장실 7곳 중 4곳을, 갑천의 경우도 3곳 중 2곳을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현지 요건을 고려해 최대한 보완했으며, 나머지 4곳은 제방 법면(경사면)이라는 제약 때문에 휠체어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보완할 수가 없어 개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인권위는 “유등천 및 갑천의 수세식 화장실 중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된 화장실은 피해회복이 이뤄져 별도의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아니한 경우로 판단되고, 개성되지 못한 수세식 화장실은 제방 법면(경사면)에 위치한 특성상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적절한 접근로 설치의 어려움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이를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기각 판결에 대한 진정인 입장= 8개월 전, 본인의 이름으로 직접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일이 있었다. 대전시가 2005년도 10월부터 유동천, 갑천 등에 설치한 최신식 화장실에 장애인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장애인들은 전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올해도 여전했다. 유동천 3곳에 화장실이 설치됐으나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진정서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할 것과 근처 산책로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유도블록을 설치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지난 6월 1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8개월간 이 문제를 조사하고 ‘결정문’을 보내왔다. 결론은 ‘기각’이었다. 장애인을 차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유동천과 갑천의 화장실은 ‘장애인․노약자․임산부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상 장애인화장실 설치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당 수세식 화장실은 소형이고, 면적이 좁아 ‘편의증진법’이 규정한 대로 개선할 수 없는 상황이며, 현지요건을 고려해 최대한 보완한 상황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또한 점자 유도불럭 설치에 관하여는 화장실 앞에 유도블록을 설치하면 길이 좁아지고 휠체어장애인들에게는 오히려 통행에 방해가 된다며, 더구나 산책로는 추락의 위험이 있어 시각장애인들이 점자 유도블록을 통해 길을 걷는 것은 위험하다는 내용이었다. 직접 확인해본 결과, 대전시측에서 주장하는 최대한 개선했다는 것은 화장실내부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보수한 것이 아니라 화장실입구 턱을 없앤 것이었다. 휠체어장애인은 화장실에 와서 거울만 보고 돌아가고, 시각장애인은 추락의 위험이 있으니 산책로에 오지 말라는 뜻인가? 사건처리 결과통지서 내용을 자세히 보면 대전시청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대전시청 하천관리 사업소 담당자에게 통화해 확인한 결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관은 현장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대전시가 보내준 자료를 근거로 결론을 내렸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 방문해 장애인 차별팀장에게 항의했는데, 오히려 대전시가 화장실을 안 고쳤냐고 내게 물었다. 화장실을 고쳤는지 조사를 해야할 인권위가 오히려 진정인에게 진행사항을 묻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편의증진법이 장애인편의에 대해 시시콜콜히 해결하지는 못한다.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재량권을 가지고 이동 및 편의에 대한 최선의 노력해야 한다. 또한 국민의 신음에 귀 기울여야할 국가인권위원회가 ‘편의증진법’을 운운하면서 조사를 태만히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장애인들이 ‘차별천’이라고 규정한 청계천에도 화장실을 설치하면서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고, 현재 서울의 한강 고수부지에도 전부는 아니지만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설치돼 있다.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한 곳도 설치하지 않은 곳은 대전시가 유일하다. 대전시는 하루속히 현장조사를 통해 화장실 및 산책로의 편의시설을 갖추기를 바라며,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회적 약자들의 호소에 진정으로 답하길 바란다. 행정소송을 통해서라도 화장실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에이블뉴스 소장섭 기자 (sojjang@ablenews.co.kr)/노컷뉴스 제휴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