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성북·서초·은평·종로·용산구 지역에 사는 현재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 95명은 내년부터 지역 내에서 다닐 고등학교가 없다. 지역구 안에 특수학급이 설치된 고등학교가 없기 때문이다. 내년까지 특수학급이 설치되지 않으면 이 아이들은 다른 지역에 있는 특수학급에 입학해 하루에 두세 시간씩 통학하거나, 통학할 처지가 안 되는 학생들은 학교를 관둬야 한다.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는 3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장애인교육 현장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서울시 교육청에 장애인교육권 확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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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는 3일 서울시 교육청에 서울장애인교육권확보를 위한 12대 요구안을 전달했다. 요구안 전달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 프로메테우스 김유미 |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는 지난 2004년 10월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25일 동안의 천막농성을 통해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으로부터 2006년까지 전체 행정구역별로 고등학교 특수학급을 설치하고, 특수교사를 증원하는 등 장애인교육권 확보를 위한 교육계획을 약속 받았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그 계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김혜미 장애인참교육부모회 서부부모회 회장은 “무상교육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갈 수 있는 학교가 없다. 우리 장애인 부모들은 질 좋은 교육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제발 갈 수 있는 학교라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서부부모회 학부모들은 지역 내에 있는 고등학교를 방문해 특수학급을 설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혜미 회장은 “왜 이런 일들을 부모가 직접 학교를 찾아다니며 해야 하는 것이냐”며 “서울시 교육감이 직접 나서서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동부모회 김성임씨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는 장애학생이 20여명이 있지만, 특수교육보조원이 1명뿐”이라고 했다. 이에 학교 측에서 아이를 특수학교로 전학시킬 것을 강요하고 있으며, 아이는 장애에 맞는 보조가 없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고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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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참교육부모회 서부부모회 김혜미 회장은 서울시 교육청에 고등학교에 특수학급을 설치해 줄 것을 요구했다. ⓒ 프로메테우스 김유미 |
서울 수유동에서 초등학교 4학년인 장애아를 키우고 있다는 박인용씨는 “서울시는 2년 전 우리의 투쟁에 장애인교육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다”며 “서울시는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전담인력을 배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 센터 11곳에 배치된 전담인력은 1명뿐이다. 이렇게 종이로 만들어진 특수교육지원센터가 어떻게 우리 아이들의 교육권을 보장해 줄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장애인교육과 관련한 여러 문제들이 지적됐다. 교육청 특수교육담당장학사 80%가 특수교육 비전공자이고, 서울시내 특수학급 운영비 전국 최하위권이다. 이들의 말 그대로 서울시의 장애인 교육현장은 “여전히 열악”하다.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는 장애인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날 서울시 교육청에 서울장애인교육권확보를 위한 12대 정책요구안과 고등학교 특수학급 증설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는 이후 서울시 교육감 면담을 통해 장애인교육권 확보를 위한 서울시교육청의 의지를 확인한 뒤, 교육환경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교육청 앞 천막농성도 돌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12대 요구안은 다음과 같다. 특수학급 증설, 특수교육보조원 확대 배치, 방과 후 활동 지원 강화, 직업교육 강화, 장애학생의 교육활동 보장, 학급 운영비 인상, 특수학교·학급 시설환경 개선, 특수교육지원센터 실질적 운영, 특수교육지원 인력 확대, 특수교육발전협의회 구성, 교사와 부모 상대로 장애인교육관련 연수 및 교육 강화, 성인장애인야간학교 지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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