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거부·책임회피 각서 요구…장애인에 높은 학교문턱
장애인교육권연대 차별사례 인권위에 진정

#1. 충남 천안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장애인 A학생은 학교에서 하지 않는 직업교육을 받기 위해 장애청소년 자립센터 산하 방과 후 교실에 다닐 계획이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사고가 나도 학교 측에는 책임이 없다’는 서약서를 써야만 허락할 수 있다”고 했다. A학생은 “학교에서 못해주는 교육을 받고 싶어 방과 후 교실을 이용하려고 한 것인데도 학교에서 이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책임 회피용으로 각서를 요구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2. 시각장애인 B씨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가장 잘 갖추어진 학교라는 여러 기관의 조사 결과를 믿고 대구의 한 대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B씨는 학교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공지사항이나 자유게시판, 자료실 등을 거의 이용해 보지 못한 채 2년 동안 대학에 다녔다. 올해 수강신청을 할 때도 사이버 강좌를 듣기 위해 학교 홈페이지와 강의노트를 접속해야 하는데 이미지 형식의 파일이 너무 많이 포함돼 접근할 수 없었다. B씨는 “일일이 친구에게 노트 필기한 것을 글자로 풀어달라고 하거나 노트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학교 측에 여러번 문제제기를 했지만 아직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국 초·중·고·대학교에서 장애인 학생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과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로 이들 학교에 다니는 장애인이 겪는 불편은 여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2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장애인 학생 교육차별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장애인 학생 교육차별 사례를 발표했다. 장애인교육권연대에 따르면 입학 거부, 전학 강요, 책임 회피 각서 작성 강요, 취학·수학 편의제공 거부 등 초·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성인 장애인까지 폭넓은 차별사례가 일주일 동안 181건 접수됐다. 특히 가장 많이 접수된 입학 거부와 전학 강요는 특수학급이 설치된 타학교로의 입학·전학을 강요하면서 1시간 가량이나 떨어진 타지의 학교에 다니도록 하는 등 몸이 불편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사례가 많았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이러한 차별행위는 현행 특수교육진흥법에 장애인 교육에 대한 의무사항이 거의 없고 고등교육 및 성인교육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13일부터 인권위 11층에서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이날 181건의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