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21일 (금) 12:30 데일리안
장애인 관련 예산 OECD 평균의 10분의 1
[데일리안 변윤재 기자]장애인 강현정씨(28)씨에게는 한 가지 소원이 있다. 영화관 좌석에 앉아 남들처럼 편하게 영화를 보는 것.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하는 중증 장애인인 그녀에게 영화관은 즐거운 도락의 장소가 아니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야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영화관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가요. 큰 극장이 아니면 그런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아요. 그러니 매번 가는 곳만 가죠”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영화관에 들어가도 또 다른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의 영화관은 경사식으로 되어 있어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그녀는 “똑같이 돈을 내고 들어가도 항상 객석이 아니라 화면 앞에 앉아서 영화를 봤다, 화면이 크거나 현란한 액션 영화같은 경우에는 목이 아프다”며 웃어 보였다.
강현정씨의 아무렇지 않은 미소가 씁쓸하게 박히는 까닭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서 기인한다.
장애는 차이가 아니라 차별? 장애 앞에는 교육도 없어
장애는 차별이 아니라 차이라는 학교에서의 가르침은 원론적이다. 아직 우리 사회 뿌리 깊은 곳에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차별은 장애인에게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교육권으로 이들에게 교육권은 낯선 이야기이다. 학교 내에서 장애 학생은 특별 취급을 필요로 하는 애물단지이다.
장애인교육권연대(이하 장교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장애 학생 4명 중 1명만이 특수교육의 수혜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육인적자원부가 2005년 발표한 특수교육실태조자서의 내용과는 다소 상반된 내용.
장교연은 이 자료에서 특수 교육이 필요한 전체 9만3339명의 학생 중 25.4%만이 교육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공식 자료에서 62.5%의 학생이 특수교육의 수혜를 입고 있다고 한 것과는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장애학생의 교육권 향유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
그러나 문제는 시각의 차이가 아니라 시각의 차이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수치로 눈속임, 실질적인 개선은 미비해
실제 지난해 11월에 발표된 정부의 2006학년도 특수교육교원임용배치 계획발표에 따르면 특수교육교원은 유치의 경우 28명, 초등의 경우 297명, 치료교사(초등순회)의 경우 137명, 중등의 경우 371명 등 총 833명으로 결정되었다.
이것은 예년대비 약 116명이 증원된 것으로 일견 특수학급 증설에 필요한 특수교육 교원 대폭 확대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속사정을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증원된 116명의 특수교육 교원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시행에 따라 추가로 증원된 특수학급 치료교사 137명이 포함되어 있는 것.
결국 오히려 특수교육 교원은 줄어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장애학생의 교육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특수교사 수인 최소 3,700명에서 최대 8,000여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인 셈.
이처럼 정부의 장애학생의 교육권에 대한 관심과 개선의지는 희박한 수준. 현행 특수교육진흥법을 들여다보면 명약관화해진다.
장애인교육지원법안 억지춘향격 받아들였지만..개선 여부 불투명
1997년에 재정된 특수교육진흥법은 기능주의, 당사자 배제주의라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을 가름으로써 장애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와 차별이 습관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여기에 장애의 조기 발견과 전문적인 진단, 평가가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모호한 진단과 처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 교육의 주체인 당사자가 아닌 전문가의 견해에 의존하고 주도되어왔다는 점이 개선점으로 손꼽혀 왔다.
또한 장애학생 지원과 입학거부를 제외한 민원에 대한 세부적인 법적 규정이 부재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장애유아와 고등학생의 경우, 이들을 수용할 시설이 부족한 실정이다. 유치원의 경우 전체 8,248개의 유치원 중 특수학급이 설치된 유치원은 단 102개로 설치율이 1.2%에 불과하다. 특수학급이 설치된 고등학교 역시 10.0%로 심각하게 부족하다.
정부의 부실한 재정지원과 시설 완비로 모든 부담을 장애학생 학부모가 떠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대부분의 장애인의 경우, 무학 혹은 학업 중단의 상황에 직면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장교연은 37일간의 단식 투쟁 끝에 지난 4월 14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을 만나 생애주기별 체계적 지원과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장애인교육지원법안에 대한 확답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 장애학생의 유치원, 고등학교 교육의 의무화, 올 7월까지 법안 제출 등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애인 교육이 선행되지 않으면 고용도 불가능한 것이 현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보여준 미온적인 행정과 불확실한 입법 가능성에 장애인의 교육권이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올해 장애인 예산으로 책정된 금액은 1조1000억원. 국내총생산(GDP)의 0.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7%)의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서민을 위한 정부, 참여 정부를 표방하는 현 정권에서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작은 목소리로 살아가는 장애인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숫자로 대표되는 가시적인 눈속임보다 실질적인 장애인 교육권 확보를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요구된다./ 변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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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가요. 큰 극장이 아니면 그런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아요. 그러니 매번 가는 곳만 가죠”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영화관에 들어가도 또 다른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의 영화관은 경사식으로 되어 있어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그녀는 “똑같이 돈을 내고 들어가도 항상 객석이 아니라 화면 앞에 앉아서 영화를 봤다, 화면이 크거나 현란한 액션 영화같은 경우에는 목이 아프다”며 웃어 보였다.
강현정씨의 아무렇지 않은 미소가 씁쓸하게 박히는 까닭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서 기인한다.
장애는 차이가 아니라 차별? 장애 앞에는 교육도 없어
장애는 차별이 아니라 차이라는 학교에서의 가르침은 원론적이다. 아직 우리 사회 뿌리 깊은 곳에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차별은 장애인에게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교육권으로 이들에게 교육권은 낯선 이야기이다. 학교 내에서 장애 학생은 특별 취급을 필요로 하는 애물단지이다.
장애인교육권연대(이하 장교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장애 학생 4명 중 1명만이 특수교육의 수혜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육인적자원부가 2005년 발표한 특수교육실태조자서의 내용과는 다소 상반된 내용.
장교연은 이 자료에서 특수 교육이 필요한 전체 9만3339명의 학생 중 25.4%만이 교육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공식 자료에서 62.5%의 학생이 특수교육의 수혜를 입고 있다고 한 것과는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장애학생의 교육권 향유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
그러나 문제는 시각의 차이가 아니라 시각의 차이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수치로 눈속임, 실질적인 개선은 미비해
실제 지난해 11월에 발표된 정부의 2006학년도 특수교육교원임용배치 계획발표에 따르면 특수교육교원은 유치의 경우 28명, 초등의 경우 297명, 치료교사(초등순회)의 경우 137명, 중등의 경우 371명 등 총 833명으로 결정되었다.
이것은 예년대비 약 116명이 증원된 것으로 일견 특수학급 증설에 필요한 특수교육 교원 대폭 확대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속사정을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증원된 116명의 특수교육 교원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시행에 따라 추가로 증원된 특수학급 치료교사 137명이 포함되어 있는 것.
결국 오히려 특수교육 교원은 줄어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장애학생의 교육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특수교사 수인 최소 3,700명에서 최대 8,000여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인 셈.
이처럼 정부의 장애학생의 교육권에 대한 관심과 개선의지는 희박한 수준. 현행 특수교육진흥법을 들여다보면 명약관화해진다.
장애인교육지원법안 억지춘향격 받아들였지만..개선 여부 불투명
1997년에 재정된 특수교육진흥법은 기능주의, 당사자 배제주의라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을 가름으로써 장애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와 차별이 습관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여기에 장애의 조기 발견과 전문적인 진단, 평가가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모호한 진단과 처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 교육의 주체인 당사자가 아닌 전문가의 견해에 의존하고 주도되어왔다는 점이 개선점으로 손꼽혀 왔다.
또한 장애학생 지원과 입학거부를 제외한 민원에 대한 세부적인 법적 규정이 부재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장애유아와 고등학생의 경우, 이들을 수용할 시설이 부족한 실정이다. 유치원의 경우 전체 8,248개의 유치원 중 특수학급이 설치된 유치원은 단 102개로 설치율이 1.2%에 불과하다. 특수학급이 설치된 고등학교 역시 10.0%로 심각하게 부족하다.
정부의 부실한 재정지원과 시설 완비로 모든 부담을 장애학생 학부모가 떠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대부분의 장애인의 경우, 무학 혹은 학업 중단의 상황에 직면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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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별 사교육비 지출액 (장애학생사교육비실태조사, 2004) ⓒ 장애인교육권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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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가장애인의 교육정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1) ⓒ 장애인교육권연대 |
이와 관련하여 장교연은 37일간의 단식 투쟁 끝에 지난 4월 14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을 만나 생애주기별 체계적 지원과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장애인교육지원법안에 대한 확답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 장애학생의 유치원, 고등학교 교육의 의무화, 올 7월까지 법안 제출 등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애인 교육이 선행되지 않으면 고용도 불가능한 것이 현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보여준 미온적인 행정과 불확실한 입법 가능성에 장애인의 교육권이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올해 장애인 예산으로 책정된 금액은 1조1000억원. 국내총생산(GDP)의 0.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7%)의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서민을 위한 정부, 참여 정부를 표방하는 현 정권에서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작은 목소리로 살아가는 장애인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숫자로 대표되는 가시적인 눈속임보다 실질적인 장애인 교육권 확보를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요구된다./ 변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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