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교육차별 181건 인권위 진정
기존 특수교육진흥법 한계 때문에 차별 발생
교육권연대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시급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6-03-23 13:32:19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가 23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에 앞서 장애인교육 차별 사례 181건의 진정서를 바닥에 깔아놓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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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에 사는 한 장애아동의 부모 K씨는 아이가 만 5세가 되어 집 앞 유치원에 입학시키려했는데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거절당했다. 주변 서너 곳의 유치원에 연락을 해보았는데 똑같이 답변을 들어야 했다.

울산에 사는 D씨는 지난 2004년 아이를 입학시키기 위해 S초등학교를 찾았으나 특수학급이 있는 다른 학교로 가라고 거절당했다. S학교에도 특수학급이 있지만 부모가 항상 학교에 상주해야 입학할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생계 문제로 매일 학교에 상주할 수 없는 입장이어서 결국 버스로 한 시간 이상이 걸리는 특수학교로 가게 됐다. 몸도 좋지 않은데 새벽 일찍부터 일어나서 학교를 다니는 것이 힘들어 아이는 학교 가기를 꺼려하고 있다. 가까운 곳으로 전학을 오고 싶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는 상황이다.

충남 천안에 H초등학교를 다니는 장애아동의 부모 L씨는 보호자가 동반하지 않으면 아이가 소풍에 갈 수 없다고 학교 측에서 알려왔다. K초등학교에 다니는 장애아동을 둔 부모 B씨는 방과후교실을 이용하려면 만일의 사고 시 학교 측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각서를 요구받았다.

방송통신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시각장애인 S씨는 교재를 읽을 수가 없어 학교 측에 텍스트 파일을 요구했으나 저작권 문제가 걸려있다는 이유를 들며 거절당했다. 지난해 국회의원들을 찾아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아직 답변을 듣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는 차별행위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단식농성을 진행 중인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이러한 차별사례들을 모아 23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이날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담센터가 접수된 장애인교육 차별사례는 모두 181건이다. 이들 사례들은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가 단식농성장에 ‘장애인 교육차별 사례 접수창구’를 마련한지 약 일주일 만에 전국 10개 지역에서 접수된 것들이다.

이러한 사례들의 특징은 장애 영·유아기부터 학령기가 지난 성인기까지를 막론하고 전 생애에 걸쳐 발생하고 있다는 점과 입학거부에서부터 장애학생에게 꼭 필요한 지원을 거부하는 행위, 교육활동 참여의 배제 등 그 사례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

이날 진정에 앞서 단식농성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현행 특수교육진흥법은 의무사항이 거의 없고, 통합교육과 관련한 지원체계가 매우 부실하고, 장애고등 및 성인교육과 관련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있지 않다”면서 “이러한 교육차별 행위는 결국 한국사회 장애인의 교육을 규정하고 있는 유일한 법인 특수교육진흥법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특수교육진흥법으로는 더 이상 장애인의 교육권을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해 특수교육진흥법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장애인교육지원법안을 만들었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육인적자원부 및 시도교육감, 각 교육기관의 장을 상대로 교육차별 시정을 권고하고,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권고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단식농성을 진행하는 과정 내내 지속적으로 교육차별사례를 수집해 정기적으로 집단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11일째 단식농성에 동참하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특수교육위원회 도경만 위원장은 “언론 보도가 되어야만 장애인교육 차별 사례가 조금 해결되는 실정이다. 이는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차별은 계속해서 묻혀 있다는 것”이라며 언론사들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대표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 7층 인권상담센터를 방문해 181건의 장애인교육 차별 사례를 진정하고 있다. <에이블뉴스>